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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포화상태… 애플·삼성, 고가 제품으로 차별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8 17:31

수정 2017.09.18 22:29

슈퍼 프리미엄 개념 접근 아이폰X.갤럭시 노트8 등 1000弗 안팎으로 출시하며 과시적 소비품 만들기 진행
스마트폰 포화상태… 애플·삼성, 고가 제품으로 차별화

1000달러 안팎으로 치솟은 아이폰X, 갤럭시 노트8 등 애플과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이제 이 스마트폰에서도 명품과 일반 필수품의 차별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은 에르메스 핸드백이나 부가티 자동차 같은 명품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제적 부를 과시하는 재화인 이른바 '베블런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베블런재는 노르웨이 출신 미국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펴낸 '유한계급론'에 토대를 둔 용어다.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급(유한계급)이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초고가의 물건들을 사곤 한다고 지적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른바 과시적 소비다. 이런 과시적 소비에 동원되는 초고가의 물건들을 '베블런재'라고 부른다.


비쌀수록 잘팔리는 명품 마케팅을 설명하는 말이다. 이는 합리적인 소비자를 가정하는 전통적인 경제학과 배치된다.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에선, 예컨대 쇠고기 값이 오르면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것처럼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든다.

그러나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이론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를때 그 제품을 더 수요한다. 가격 상승이 자신의 지위와 취향, 부를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WSJ은 이제 애플과 삼성이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필수품이 된 가장 흔한 재화 가운데 하나인 전화기가 '베블런재'가 될 수 있을지 여부를 시험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스마트폰은 기술 발달과 함께 가격 하락 요인이 생기고, 조금만 지나면 신제품이 나와 낡은 제품이 되는 탓에 전통적인 '베블런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애플과 삼성폰의 약진은 이례적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주 기본사양을 갖춘 아이폰X 가격을 1000달러로 책정했고, 앞서 삼성은 노트8을 950달러에 출시한 바 있다.

1000달러짜리 아이폰X는 지난해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X 기본사양 가격 650달러에 비해 50% 가까이 값이 뛰었지만 인기가 치솟고 있다. 가격 경쟁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보다 비싼 가격표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마케팅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시적 소비는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NPD는 아이폰의 경우 가격이 100달러 급등했지만 외양이 가장 두드러지게 변한 2014년 아이폰6 출시 뒤 매출이 두드러지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와 달리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된 애플과 삼성에는 이같은 명품 마케팅이 포화상태에 근접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기 위한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IHS 마킷에 따르면 미 스마트폰 시장은 100명당 스마트폰수가 100대에 근접했고, 유럽의 경우 92대 수준이다. 게다가 상당수는 스마트폰을 몇대씩 갖고 있다. 포화상태라는 뜻이다. IHS는 2020년이 되면 전세계 인구 100명당 스마트폰 수가 84대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품관리 컨설팅업체인 시퀀트 러닝 네트웍스의 스티븐 헤인스 최고경영자(CEO)는 "(삼성과 애플은) 슈퍼-프리미엄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같은 슈퍼-프리미엄 개념은 결국 가격을 천정부지로 오르게 할 수 있다"면서 "이는 고전적인 제품 관리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헤인스는 자동차 소유가 일반적이 된 지금 고급차가 지위를 상징하게 된 것처럼 시장 분할 역시 시장이 성숙한 산업에서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키아 사업개발 부문 책임자 출신인 아심코의 애널리스트 호레이스 디디유는 그러나 아직은 스마트폰이 베블런재에 가까운 상황은 아니라고 경계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가격이 아니라 기능을 따져 스마트폰을 산다는 것이다.


디디유는 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세계 최고의 전화기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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