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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지출 증가율 넘어선 국고보조금…국가재정 위협한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5 17:21

수정 2017.09.25 17:42

올해 59조6000억 기록
민간사업에만 22% 보조.. 정상 사업은 절반에 그쳐
지자체 사회복지도 급증
총지출 증가율 넘어선 국고보조금…국가재정 위협한다

"국고보조금 급증은 국가부채 증가의 원인으로도 작용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9월 초 공개된 기획재정부 산하 국고보조사업 운용평가단의 국고보조금에 대한 평가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사업자에게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이 매년 총지출을 상회하는 증가율을 이어가면서 재정운용의 경직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로 민간보조금이 펑펑 새고 있는 데다 보편적 복지 확대로 각 지자체로 지원되는 보조금도 가파르게 늘고 있는 탓이다. 상당수가 허리띠를 졸라매기 어려운 '의무지출' 성격을 띠고 있어 정부의 재정지출 절감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기재부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국고보조사업에 쓰인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4.4%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3.5%)을 1%포인트가량 상회했다. 정부 총지출에서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14~15%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 해 나라 씀씀이의 7분의 1가량이 국고보조금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국고보조금은 2013년(50조5000억원)부터 매년 상승하며 지난해 6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올해는 소폭 축소된 5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편성된 전체 국고보조금 중 민간보조금 지급에 13조2000억원(22.1%)이 투입됐다. 지자체에 지원된 보조금은 46조4000억원으로, 전체 77.9%에 달했다.

국고보조사업은 국가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사업에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중앙정부가 지자체 및 민간에 재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국가재정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민간사업에 한번 지원된 보조금은 기득권화돼 쉽게 줄이기 어려운 데다 유사사업 중복, 부정수급 비리 등으로 돈이 새는 경우도 많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민간사업자가 의도적으로 보조금을 '뻥튀기' 하거나 누락시키는 부분에 대해 각 부처가 제대로 검증하거나 수요.공급을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5년 민관으로 구성된 보조금 평가단이 1422개 보조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정상 추진' 평가를 받은 사업은 절반을 간신히 넘는 734개에 그쳤다. 그럼에도 2007년 1400개에 머물던 국고보조금 사업 수는 2009년 2000개를 넘어선 이후 매년 비슷한 수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보조금 예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지자체 보조금 규모도 증가 추세다. 국고보조사업은 일정 비율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예산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 재정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보조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복지비용이 매년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회복지사업은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 사업이다. 2016년 기준 국고보조사업 중 57.0%가량이 사회복지사업으로 조사됐다. 지자체 전체 지출에서 사회복지 및 보건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기준 27.4%로, 2008년(18.9%) 대비 크게 증가했다. 향후 새 정부의 복지확대 기조에 따라 사회복지분야 지출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자체가 꼭 필요하지 않은 사업에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오히려 지출이 확대되고, 재정은 악화되는 이른바 '끈끈이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재부 운용평가단도 "지방재정이 필요 이상으로 팽창해 방만한 재정운영 관행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는 국고보조금에서 부과하고 있는 수준의 지방비를 의무적으로 부담하게 돼 재정운영의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도 지난 2015년 연구용역을 발주해 국고보조금 관리를 위한 총량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매년 증가세인 사회복지비용 등을 감안할 때 총량제로 국고보조금 한도를 묶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배정되는 총량 평가방식이 모호했던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연구에서 국고보조금 총량제를 전격 실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됐던 보조사업 연장평가, 사전적격성 심사제도 등은 이미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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