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와 엄마가 공원에서 자유롭게 놀고 쉴 수 있도록 조성된 '베이비 존(Baby Zone)에서 골프를 친 중년 남성의 몰상식한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5월 2일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 내에 조성된 베이비 존은 국내 최초 영유아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돼 흙 놀이터, 그네와 미끄럼틀, 흔들의자, 모래놀이, 벤치 등이 갖춰진 영유아를 위한 자연놀이 공간이다.
대부분의 공원과 놀이터가 5세 이상의 아동을 위한 시설인 상황에서 4세 미만의 영유아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곳은 개장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200여 명의 부모와 아이가 이곳을 찾고 있다. 특히 안전 검사를 마친 모래를 깔은 흙 놀이터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25일 한 트위터 사용자에 따르면 한 중년 남성이 이곳 잔디밭에서 골프채로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을 목격됐다. 이 남성은 약 30분간 이곳에서 채를 휘둘렀으며 급기야 드라이버까지 꺼내 드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옆에는 아이들이 흙장난을 치는 놀이터가 있었다.
이 목격자는 "애들이 맨발로 논다고 애완동물도 못 들어오게 하는 곳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면서 "애 엄마들이 슬슬 피한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이어 그는 "노키즈존 만들어서 애들 못 들어오게 해놓고선 키즈존 만들었더니 여길 들어왔다"고 맹비난했다.
보다 못한 한 주민이 남성에게 골프를 하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엄마는 이 남성을 결국 구청에 신고했고 이에 출동했지만 그 사이 연습을 마치고 이미 떠난 뒤였다.
이 남성이 이곳에서 골프 연습을 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공원녹지를 담당하는 직원에 따르면 얼마 전에도 이곳에서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을 적발했고 이때도 연습을 금해 달라고 당부 한 바 있다고 밝혔다.
26일 기자가 공원을 찾아가 보니 입구에는 베이비존 안내 간판과 곳곳에 안내문이 설치돼 있었다. 배너에는 '베이비 존은 영유아들을 위한 전용 공간입니다'라면서 자전거, 오토바이, 킥보드는 물론 애완동물도 출입을 금한다고 '부탁의 말씀'을 남겼다. 애완동물을 출입 금지한 이유는 놀이터에 배설을 하거나 털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한 아이 엄마는 "믿기지가 않는다. 몰상식하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 사고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다. 만일 뛰어다니다가 골프채에 맞으면 어떡할 뻔했냐"고 말했다.
양천구청 공원녹지과 한아름 주무관은 "민원이 들어온 건 사실이다"면서 "이곳은 아이들이 맨손, 맨발로 흙을 만지며 노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 외에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단속하고 지속적인 계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청은 사건 발생 이후 안내문과 현수막을 추가로 설치했으며 담당 직원이 수시로 순찰해 관리에 힘쓸 계획이다. 또한 구청은 베이비존이 인근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주민참여예산 6억 7000만원을 들여 공원 옆에 위치한 놀이터를 '창의 놀이터'로 개보수해 시설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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