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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겐 아직 멀기만 한 법률 용어..법원 "개선 노력하지만 순화에 한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8 10:14

수정 2017.10.08 10:14

법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가장 맞닿아 있으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다. 올해로 국민참여재판 도입 10년째를 맞는 등 재판에서 국민들의 역할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어려운 법률 용어는 개선사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통해 기존 법률 용어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법률의 내용을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어려운 한자어, 일본어 표현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8월31일까지 총 877건의 법률이 재정비됐다.

■법률 877건 정재정비했지만...

그러나 아직도 판결문이나 결정문 등에서는 전문적이고 난해한 용어나 표현들이 국민과 사법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남아있다
우리법이 일본법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향 탓에 판결문 곳곳에는 일상에서도 쓰이지 않는 일본식 한자 표현들이 드러난다.



민사집행법에서 '매각'으로 개정된 경락(競落), '다툼이 있는'을 뜻하는 계쟁(係爭), '게을리하다'의 해태(懈怠), '곤궁하다 절박한 사정'의 궁박(窮迫), '도랑'의 구거(溝渠]) 등의 표현은 여전히 판결문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도과(倒戈)하다→기간을 경과하다, 경합(競合)하여→잘못으로, 전향적(前向的)→적극적, 완제일(完濟日)→갚는 날, 시건장치(施鍵裝置)→잠금장치, 수취(收聚)하다→빼앗다, 추지(推知)하다→미루어 짐작하다, 지득(知得)하다→알게 되다 등이 순화가 필요한 용어들이다.

문어체도 알기 쉬운 구어체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사'는 가령이나 설령으로, '금원'은 돈, 다액은 '많은 금액', '상당하다'는 타당하다, '성부'는 성립 여부, '수회'는 여러 차례, '변소'는 주장 등으로 바꾸면 이해가 쉽다.

제세동기와 치아우식증과 같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도 각각 심장충격기와 충치로 바꾸는 게 좋다.

■법률문장 맞춤법 검사기 배포해도...

법원 차원에서 용어 순화를 권장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판사 재량에 달려있다.
법원에 오래 근무한 판사들의 경우 기존에 사용해온 용어를 새롭게 고치는 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법조항들의 표현부터 바꾸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순화 용어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법률문장 맞춤법 검사기'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고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서 '바르게 쓰는 특허소송 용어집', 알기 쉽게 고쳐 쓴 특허판결', '새로 쓰는 민사판결서' 등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며 "다만 판결문을 쓰면서 법조항에 있는 용어는 그대로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순화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