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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족,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바꾸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7 19:40

수정 2017.09.27 19:40

타인 의식하지 않고 혼밥.혼술.혼행
처량한 나홀로족.자취생 이미지 벗고 사회의 거대한 소비집단으로 떠올라
반려동물 사업.안전보안 서비스 등 1인가구 성장과 맞물려 신시장 열려
1코노미 이준영 / 21세기북스
"1인 가구의 성장에 따른 1코노미(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말처럼 1인 가구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어지던 전통적 가족의 형태를 깼다. 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놀고, 여행가는 혼밥.혼술.혼놀.혼행이 더이상 독특하거나 이상하지 않는 일상이 된 것처럼 현대인들은 '함께'가 아닌 '혼자만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코노미 이준영 / 21세기북스
1코노미 이준영 / 21세기북스

오로지 스스로에게 집중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그들은 더 이상 그저 '외로운 싱글족'이 아니다. 한국은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현재 그 수는 530만명에 달하며, 2020년이면 이들을 위한 시장 규모가 120조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세가 큰 집단이다.


새로운 소비 집단은 언제나 그렇듯 시장 지형도를 흔든다. 파워컨슈머로 떠오른 1인 가구는 그간 전형적인 소비집단이던 4인 가구, 또는 그룹을 기반으로 한 경제 지도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1인 가구 개개인의 소비 파워는 작지만, 이들이 뭉치면서 거대한 소비 트렌드로 부상한 것. 1인 가구의 증가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솔로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앞으로는 이들을 배제한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이준영 교수가 쓴 이 책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나홀로족'에 주목해 이들의 심리와 소비 성향, 그리고 이들을 사로잡을 비즈니스 전략까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른바 '나홀로족'이라 불리는 1인 가구는 이전의 1인 가구와는 색깔부터 완전히 다르다. 이전의 1인 가구는 잠시 집에서 나와 사는 임시 거주자, '자취생'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말 그대로 '혼족'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과감히 지갑을 연다. 가족과 집단을 위한 소비가 우선이던 전통 가족 형태와 달리 1인 가구는 오로지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5평짜리 원룸이라도 과감한 인테리어를 통해 공들여 꾸민다. 셀프 인테리어가 한때의 열풍을 넘어 생활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은 이유다. 가구와 가전 역시 가성비 보다는 디자인을 본다. 작지만 강력하고 아름다운 제품을 선호한다. 사람과 만나 관계를 쌓기 보다는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에 애정을 쏟는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다. 방에서 하루종일 음악을 듣거나 홈시어터로 영화를 보고 휴가도 집에서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in)'이 대세다.

홀로 밥을 먹고, 여행을 가는 것이 '처량하게' 받아들여졌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나만의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조용히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혼자 여행하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여행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셀프 카메라 아이템과 1인 전용 호텔 등 여행 상품도 인기다.

물론 뭐든지 혼자 하는 것이 좋기만 하지는 않다. 종종 다른 이의 위로가 그리워지는 순간도 있다. '고독'은 1인 가구의 가장 큰 부작용이자 질병이기도 하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와 제품도 최근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마음을 위로하는 속마음버스, 마음약방, 심야식당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사업 영역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 그렇다. 혼자인 1인 가구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다. 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식당과 술집이 늘고, 함께 먹고 마실 수 있는 메뉴가 개발되고 있다.

안전.보안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혼자 살 때 무엇보다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안전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밤길도, 집에서도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을 위해 안전귀가 서비스 및 안전 앱이 등장하고, 첨단 신기술을 위한 각종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소비의 개인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전자가 선호하는 맥주를 개발해주는 서비스,개인별 체형과 스타일에 따라 셔츠와 양말까지 맞춤 제작하는 패션 온디맨드 서비스 등 무한히 성장할 사업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1코노미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새로운 시장의 흐름을 읽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듯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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