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이 다가왔지만 국내 관광시장은 싸늘하기만 하다. 중국 의존적인 관광산업에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이트 씨트립(C-Trip) 보고에 따르면 올해 중국 관광객들이 호감을 가진 10대 목적지로 태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집계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외다. 국내를 찾을 중국 관광객도 70% 감소할 거란 분석도 나왔다.
이런 악재에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30% 감소했고 국내 최대 외국인 쇼핑거리로 불리는 명동에는 중국인들이 자취를 감췄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3~7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피해규모가 18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000%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 2012년 일본 역전 후 줄곧 1위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 입국자 수는 806만 7722명으로 국내 외래관광객 중 가장 많다. 71만명이었던 2005년과 비교해 1000% 이상 증가해 2013년 일본을 제치고 국내 관광입국자 1위를 차지했다.
이전에는 일본이 외래관광객 1위 국가였다. 2005년 244만명을 기록한 이후 2012년 351만8792명으로 정점에 이르렀지만 2015년까지 감소추세(183만 7782명)였다. 지난해 229만 9893명이 우리나라를 찾았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일본 관광객 수가 하락세로 바뀐 2012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독도를 찾았다. 공교롭게도 일본에서 50~60 안팎을 오가던 구글트렌드 ‘한국’ 검색량이 8월 100까지 치솟았다. 구글트렌드는 구글 내 특정단어 검색량을 집계하는 시스템이다.
올해 8월까지 중국 관광객 287만 3566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현재 2017년 3/4분기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전체 중국 관광객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의 우리나라 여행금지 조치, 사드배치에 대한 반한감정, 북한 안보위협 때문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드물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일본,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우리나라 방문 수는 증가추세다.
대만은 2005년 35만1438명에서 2016년 83만 3465명으로 늘었다. 필리핀도 22만 2655명에서 지난해 55만 6745명으로 증가했다. 홍콩 역시 16만 6206명에서 지난해 66만676명으로 올랐다.
■우리나라 찾을수록 쇼핑·관광지에 불만 많아.. 음식 만족도와는 대조적
하지만 외래관광객에게 있어 우리나라는 그다지 매력 있는 관광지가 아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래관광객 재방문율은 1회 53.9%, 2회 16.3%, 3회 7.9%다. 4회 이상은 21.9%로 2회 이상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 비율은 46.1%로 절반을 넘지 못한다.
이는 쇼핑과 관광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한국여행 만족도를 분석했을 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쇼핑·관광지매력도에 불만이 높아졌다.
우리나라를 처음 찾은 관광객들은 쇼핑에 대해 매우만족·만족한다고 각각 46.3%, 44.9% 대답했다. 하지만 4회 이상 방문한 관광객들은 37.8%, 41.2%로 대답,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보통이라고 대답한 이들도 11%로 늘었다.
상인들이 바가지를 씌우고 단기적인 돈벌이에 급급할 뿐 장기적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극단적인 사례로 지난 21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청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과도하게 술값을 청구한 이모 씨(42와) 엄모 씨(55)를 비롯해 용산구 이태원 술집 3곳에서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만취한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를 훔쳐 17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경찰대 관계자는 “지난 1월에도 독일 관광객이 의식을 잃은 사이 790만원이 결제된 사례도 있었다”며 “이 같은 수법의 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수사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관광지 매력도 부분에서도 매우만족(42.4%), 만족(47.2%)라고 표현한 1회 방문객들과 대조적으로 4회 이상 방문객들은 각각 32.3%, 41.2%로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는 음식에 대한 만족도와는 대조적이다. 처음 국내를 여행한 외래 관광객들의 음식만족도는 매우만족, 만족 각각 40.9%·43.9%에서 42.2%, 49.1%로 증가했다. 1.5%였던 불만족 의견도 되레 0.7%로 감소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일본 관광객들의 1인당 구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당장 방문률이 떨어졌다고 무시할 수는 없지만 두 나라에 의존하는 관광산업에 다변화가 이뤄져야 하는 건 사실”이라며 “‘바가지’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관광의 고질적인 쇼핑 문제를 개선하고 외국인들이 두고두고 흥미를 가질만한 관광 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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