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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침팬지와의 대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8 10:32

수정 2017.10.08 10:32

[책을 읽읍시다] 침팬지와의 대화
침팬지와의 대화/로저 파우츠 외/열린책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동물 권익 운동가인 로저 파우츠 박사의 과학 에세이다. 1997년 미국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은 현재까지도 침팬지 언어 연구의 고전으로 남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인간과 다른 동물들 사이의 경계를 흐릿해진다. 인간은 여전히 고유한 존재지만 이 책의 주인공 침팬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등장하는 침팬지들은 인간과 동물 간의 간극이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확실히 보여줘 인간들로 하여금 지구를 함께 쓰고 있는 이 모든 놀라운 동물들을 새삼 존중하게 만든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4%가 일치한다고 한다. 즉 침팬지는 유전적으로 고릴라나 오랑우탄보다 인간에 더 가깝다는 말이다. 아프리카 코끼리와 인도 코끼리 사이보다 인간과 침팬지와의 사이가 더 가깝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인간의 고유 행동이라 생각하는 손님에게 차를 대점하고, 무료할 때 잡지를 넘겨보며, 필요에 따라 거짓말을 하고, 집단 내에서 정치적 모략을 꾸미는 행동을 침팬지가 한다는 사실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는 인간과 침팬지의 유사성을 언어 활동에 관한 실험을 통해 규명하고자 했다. 침팬지에게 언어 능력이 있는가.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생물은 인간 뿐이며 이는 우리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오래된 생각과 믿음을 성공적으로 뒤집는다.

저자는 인간이 침팬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른 사람들이 으레 떠올리는 음성 언어는 아니라, 수화가 그 도구일 뿐이다.

이 책에서 확인되는 침팬지들의 언어 능력은 상상 이상이다. 물론 많은 학자들이 이를 실험 진행자의 무의식적 행동에 따른 결과라거나, 자연 상태의 침팬지가 흔히 보이는 손짓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이러한 반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더욱 엄격한 실험과 정밀한 관찰·기록을 통해 침팬지들이 개별 단어의 학습은 물론,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언어적 확장성과 유연성까지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담요 위 칫솔'과 '칫솔 위 담요'를 구분하는 침팬지를 두고 누가 그들의 언어 능력에 대해 의심할 수 있을까.

최근 동물에 대한 인식은 분명 변하고 있다.
마치 영화와 같은 이 책 속에는 동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개념,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