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빼곡한 글자에 지친 당신에게 권한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카페

김재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2 19:30

수정 2017.10.02 19:30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어렴풋이나마 이 구절을 기억할 것이다. 이 책에 ‘명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심오한 구절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비로소 어른이 된 다음이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 어린이 책이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림책이나 동화책도 어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으니까.

서울 곳곳에 자리 잡은 그림책 카페가 일상에 지친 어른들을 기다린다. 이곳에선 차 한 잔 마시는 동안 가벼운 마음으로 책 한 권을 뚝딱 해치울 수 있다.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한 장의 그림에서, 그리고 짧은 구절에서 큰 위로를 얻을지도 모른다. 빼곡한 글자에 지친 당신에게 ‘그림책 카페’를 권한다.

빼곡한 글자에 지친 당신에게 권한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카페


■ 연남동 ‘달달한 작당’
경의선 홍대입구역에서 2분 거리, 이름부터 눈에 띄는 ‘달달한 작당’이 있다. 만화카페 ‘즐거운 작당’으로 마니아 사이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주인장이 새로운 작당을 꿈꾸며 문 연 그림책 카페다. 벽면을 둘러싼 책장에 가득 꽂힌 책만 2500여권에 달한다. 그림책뿐 아니라 예쁜 그림이 실린 요리책과 여행책도 책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중앙 홀 테이블을 빼면 편안하게 책을 읽도록 꾸민 공간이 대부분이다. 그대로 잠들어도 좋을 캡슐 침대부터 다리 쭉 펴고 상상에 빠지기 좋은 좌식 테이블, 그리고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옥상 캠핑용 의자까지. 커피 외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장점. 덕분에 ‘책맥’을 즐기는 손님들이 종종 보인다. 10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연휴기간 중 4일 추석 당일만 제외하고 문을 연다. (위치: 서울 마포구 양화로23길 22-7)

■ 상수동 ‘노란 우산’
북적이는 홍대 거리를 벗어나 상수동을 걷다보면 귀여운 우산이 그려진 카페를 만날 수 있다. 그림책 전문 보림출판사가 지난해 5월 문 연 그림책 카페 ‘노란 우산’이다. 1층에 들어서면 주문대 위로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림책 카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2층이다. 보림출판사가 그동안 출간한 책뿐 아니라 ‘볼로냐도서전’ 같은 도서박람회 수상 작품도 전시한다. 또한 이곳에서는 그림책의 진화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레이저커팅 기술로 만든 입체그림책이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책속 사물이 움직이는 증강현실 그림책을 보면 소장 욕구가 절로 생긴다. 전시된 책은 모두 판매용이기 때문에 조심히 다뤄야 한다. 카페이기는 하지만 조용한 편이기 때문에 큰 소리 내지 않는 ‘배려’는 필수. (위치: 서울 마포구 독막로 64)

■ 대학로 ‘그림의 맛’
성균관대 입구로 향하는 뒷골목, 오래된 가게들 사이에 그림책 카페 ‘그림의 맛’이 있다. 일러스트 작가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답게 굵은 붓으로 쓱쓱 써놓은 간판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데 충분하다. 주인장 취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머그잔이며 카페명함 같은 소품을 보면 아기자기하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1층은 그림엽서, 핸드메이드 인형 같은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며 2층은 자유롭게 그림책을 보도록 꾸며놓았다. 한국어, 일어, 영어, 프랑스어 그림책 외에 만화책도 있다.
가로로, 세로로 무심한 듯 놓인 책 덕분인지 편안한 마음이 든다. 마치 예술가 친구의 작업실에 놀러온 듯하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그림컵, 그림부채 만들기 같은 체험교실 등 다양한 소모임과 수업이 열린다. (위치: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3길 9)

leciel98@fnnews.com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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