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리처드 세일러 교수, 인간의 심리와 비합리적 경제행동 원리 분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21:59

수정 2017.10.09 21:59

노벨경제학상 수상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베스트셀러 ‘넛지’ 로 유명.. 경제학-심리학 가교 역할
경제 연구.정책 분야에 영향.. 기업 마케팅 전략에도 활용
2017년 노벨경제학상은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H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세일러 교수는 심리학적으로 현실적 가정을 경제학적 의사결정의 분석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했다"며 "그의 경험적 발견과 이론적 통찰력이 경제 연구와 정책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행동경제학을 확장시키는 데 엄청난 영향을 줬다"고 학문적 공로를 밝혔다.

세일러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15년 만에 '행동경제학' 연구자가 또다시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됐다. 행동경제학이란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견지에서 바라보고 그로 인한 결과를 규명하려는 경제학의 한 분야다.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비합리적 존재로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온전히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이를 증명하려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입장이다. 경제주체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세일러 교수는 심리적 요인을 포함하는 현실적 가정을 경제적 결정 과정 분석에 도입, 이를 증명해냈다.

그가 지난 2008년 캐스 선스티인 교수와 공동집필한 '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은 행동경제학을 잘 설명하고 있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의미로, 세일러 교수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경제학적 용어로 사용했다.

편견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을 부드럽게 '넛지'해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세일러 교수가 베스트셀러 '넛지'를 통해 역설한 내용이다.

예컨대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를 받아야 할 경우 “이 수술의 생존율은 70%"라고 말한다면 "사망률은 30%"라고 할 때보다 사람들은 더 높은 동의율을 보인다. 합리적 판단을 한다면 생존율 70%와 사망률 30%는 같은 말이기 때문에 수술 동의율도 동일해야 한다.

행동경제학은 이처럼 합리적으로만 설명될 수 없고, 인간의 심리가 개입되는 문제를 경제학에 접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행동경제학은 쉽게 해결되지 않던 문제를 푸는 데도 사용된다. 그의 책 '넛지'에 소개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 관리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 때문에 고심하던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 관리자는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 이후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량이 80%나 줄었다. '조준 사격'의 재미로 파리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이는 억지로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넛지 이론은 그동안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영국에선 아예 정부 예산을 줄이는 데 '넛지 이론'을 적용하기 위한 특별팀이 2010년 내각 기구로 편성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넛지 이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선 그의 책 '넛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추천도서로 유명세를 탔다.

한편 세일러 교수 이전에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카너먼 교수도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카너먼 교수는 '준합리적 경제이론'을 내세워 심리학과 다양한 실험방법을 통해 행동경제학 이론의 토대가 된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제기했다. 프로스펙트는 어떤 선택대안을 의미한다.

한편 노벨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시작된 상은 아니다.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하지만 다른 노벨상처럼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 원칙에 따라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선정해 시상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