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

[주간 히어로] 히어로영화 판도를 바꾼 두 악당, 히스 레저와 톰 히들스턴

신민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1 10:58

수정 2017.10.11 10:58

슈퍼히어로 영화는 특정 대상의 영웅화가 주된 내용입니다. 따라서 주인공의 대척점에 선 악당은 보통 평면적으로 묘사되죠. 이들도 영화 내에서 괴로운 경험을 겪지만 악당으로 변하는 계기일 뿐 캐릭터 자체를 상징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일례로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3부작(샘 레이미 감독)에서 등장한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는 각각 이사회로부터 퇴출당한 CEO, 연구실패로 아내를 잃은 과학자입니다. 하지만 악당이 된 뒤론 스파이더맨을 궁지에 몰 생각만 하죠.

히스 레저가 연기한 '다크나이트'의 조커(왼쪽)과 톰 히들스턴의 '토르' 시리즈 로키. 특히 히스 레저가 출연한 다크나이트는 히어로 영화를 넘어 블록버스터 장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각 영화 스틸)
히스 레저가 연기한 '다크나이트'의 조커(왼쪽)과 톰 히들스턴의 '토르' 시리즈 로키. 특히 히스 레저가 출연한 다크나이트는 히어로 영화를 넘어 블록버스터 장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각 영화 스틸)

물론 관객에게 충격을 주거나 애착을 갖게 만든 악당들도 있습니다.
바로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토르 시리즈의 로키입니다. 두 캐릭터를 연기한 히스 레저, 톰 히들스턴은 가히 히어로 영화 판도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8년 개봉한 다크나이트는 블록버스터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단순 볼거리를 넘어 철학적인 내용을 담으며 토론 주제로까지 발전한 겁니다. 특히 이 영화가 명작 반열에 오른 데 조커의 역할이 상당했습니다.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과 그가 무찔러야 할 악당. 조커는 이 일차원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정립했습니다.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 그가 무찔러야 할 악당. 조커는 평면적인 관계를 벗어나 영웅과 악당 간의 상호적인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다. (사진= 다크나이트 스틸)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 그가 무찔러야 할 악당. 조커는 평면적인 관계를 벗어나 영웅과 악당 간의 상호적인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다. (사진= 다크나이트 스틸)

이전까지 단순 범죄자였던 조커는 배트맨의 등장으로 고담 시를 위협하는 악당으로 발돋움합니다. 또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무법자가 된 브루스 웨인은 조커를 저지하고 진정한 배트맨으로 성장하죠. 조커는 이런 관계를 한 마디로 정의합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너(배트맨)도 나(조커)처럼 괴물이야. 난 널 죽이지 않아. 넌 날 완성시키거든.”

조커는 일반인과 범죄자가 각각 탑승한 두 여객선으로 인간성을 논하고, 불살(不殺)을 표방한 배트맨이 자신을 살해하도록 만듭니다. 특히 정의로운 검사 하비 덴트를 악당으로 타락시키는 등 배트맨을 끊임없이 시험합니다.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영상에서의 모습은 사이코패스 살인마 그 자체였습니다.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고 광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내는 악당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없었으니까요. 때문에 당시 전 세계적으로 ‘조커 신드롬’이 일어났고 해외 한 매체에서는 조커를 21세기 최고의 악당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2008년 다크나이트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조커 신드롬'이 불 정도로 히스 레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는 극찬을 받았다. (사진= 다크나이트 스틸)
2008년 다크나이트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조커 신드롬'이 불 정도로 히스 레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는 극찬을 받았다. (사진= 다크나이트 스틸)

조커를 연기하며 스트레스를 받던 히스 레저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자, 팬들 사이에서 ‘조커가 자신을 연기한 배우마저 살해했다’는 극적인 루머가 퍼진 것도 캐릭터가 가진 광기 때문일 겁니다.

이후 관객들은 ‘조커 같은 악당’을 원하게 됩니다. 단순히 제2의 조커를 요구한 게 아니라 입체적이고 주인공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당 말입니다.

그 때문인지 토르: 다크월드의 말레키스, 아이언맨2의 이안 반코 같은 평면적 악당보다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알렉산더 피어슨, 헬무트 제모 등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주인공을 압박하는 캐릭터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입체적인 악당이라는 흐름은 토르 시리즈의 로키에도 영향을 끼친 걸로 보입니다. 조커와는 다른 면에서 이전까지 보지 못한 악당이니까요.

로키는 아스가르드(영화에 등장하는 신의 세계)를 다스리는 오딘의 아들이자 토르의 동생입니다. 이 가운데 자신이 오딘의 친아들도, 아스가르드인(人)도 아닌 ‘서리거인족’ 출신 양아들이라는 데 적잖은 충격을 받습니다.

이전까지 형 토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던 로키는 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왕권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사진= 토르: 천둥의 신 스틸)
이전까지 형 토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던 로키는 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뒤 왕권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사진= 토르: 천둥의 신 스틸)

이런 고뇌는 왕권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치타우리 군대의 도움을 받아 뉴욕을 공습하기 이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스려지기를 원한다”면서요.

톰 히들스턴은 원작 코믹스에서의 로키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잔인함, 선민의식, 오만한 성격과 더불어 형 토르에 대한 열등감, 정체성 혼란, 자기파괴적인 모습 등을 보여준 거죠.

여기에 뛰어난 지략으로 토르와 어벤져스 멤버들을 몰아붙이고 극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유머도 이따금 보여줍니다.

이처럼 입체적이고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로키는 유독 많은 여성 팬들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악당 중에서는 유일무이하죠. 이런 인기로 토르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불리며 영화 토르 1, 2, 3 모두 출연하게 됐습니다.

다크나이트로 마무리 지은 조커와 달리 로키의 영화출연은 현재진행형이다. 토르 세 번째 시리즈 '라그나로크'에도 등장하는 로키가 어떤 입체적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토르: 다크월드)
다크나이트로 마무리 지은 조커와 달리 로키의 영화출연은 현재진행형이다. 토르 세 번째 시리즈 '라그나로크'에도 등장하는 로키가 어떤 입체적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토르: 다크월드)

토르: 다크월드에서 로키는 토르와 협력하는 한편 마지막에 배신을 하게 되는데요. 세 번째 영화에서는 ‘신들의 종말’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토르와 손을 잡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네요.

또 조커와 로키가 보여줬던 입체적 악당이 어떤 영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도 기대가 됩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