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노무현정부의 시각을 이어받았다. '다주택자와 전쟁'을 선언한 8.2 대책이 신호탄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은 좀 불편하게 될 것"이라며 "(양도세가 중과되는)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좀 파시라"고 했다.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본다는 얘기였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청와대 참모들까지 거들었다.
적폐 취급을 받는 다주택자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정부가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부추긴 게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핵심이 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이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국감자료에 따르면 청와대와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655명(배우자 보유 포함) 가운데 42%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주택자는 195명, 3주택자는 47명, 4주택자는 17명이었다. 주택을 5채 이상 보유한 고위공직자도 16명이나 됐다. 차관급으로 범위를 좁히면 60%를 넘는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고위공직자 15명 가운데 8명이 다주택자다. 지난 8월 말 청와대는 은퇴 후 거주할 목적, 매각하려다가 불발, 모친 부양 등의 이유를 들어 해명했지만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특히 대도시나 핵심 상권 등 블루칩은 평균 상승률을 웃돈다. 요즘 집값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풍부한 유동성에 저금리, 공급 부족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상품이나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게 순리다. 선의의 다주택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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