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노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공태빈 사회복무요원(22)은 복지관에 근무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발견했다. 공씨는 군사교육소집을 마치고 남동구의 한 노인복지관에 배치되자 마자 기본적인 서류 정리 업무 같은 간단한 업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업무가 생소했던 그는 적용기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매일 오전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식사 배달 업무는 독거 어르신들을 직접 마주해야 했다. 이 업무는 힘들고 생소했지만 그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잠시 후 불빛도 없는 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시는 어르신 한 분을 발견한 그는 당황스럽고 겁이 나서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도시락만 전달했다.
그러던 어느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가 공씨에게 찾아왔다. 오전부터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공씨는 식사배달을 하다가 옷이나 신발이 젖지는 않을까 염려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도시락을 하나하나 포장하며 식사 배달 길에 나섰고 어느덧 첫 번째 어르신 댁에 도착했다. 독거노인은 공씨에게 "미안해요 총각"이라고 말한 뒤 눈물을 훔쳤고 그는 "아니에요. 괜찮아요"라는 말을 남긴 채 집을 빠져나왔다. 다음 어르신 댁으로 향하던 중 첫번째 어르신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고 그날 이후 비만 오면 그 어르신이 생각난다는 것이다.
그는 "그날은 오랜만에 비가 와서 그런지 시간이 날 때마다 이상하게 자꾸만 창밖을 내다봤다"며 "그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분명한 것은 그날 이후 한 번도 바꾸지 못했던 인생의 발자국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커지는 발처럼 가만히 시간을 보내며 사회복무 기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공씨는 이 같은 다짐을 한 뒤 '식사 배달 길에 만나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 드리자' 라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그의 행동에 어르신들은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차츰 고개도 끄덕였고 웃음기 있는 얼굴로 그의 인사를 받아줬다.
그는 "식사 배달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힌 인사법을 십분 활용해 복지관의 모든 어르신들께 가장 먼저 다가간다"며 "이제는 복지관이 아닌 집 앞에서 동네 어르신을 만나도 저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 들썩 거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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