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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총기규제의 또 다른 방식, 투자회수 운동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8 17:08

수정 2017.10.18 17:08

[한미재무학회칼럼] 총기규제의 또 다른 방식, 투자회수 운동

지난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논의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인 총기규제에 대한 심각성을 환기시켜 주었다. 민간인이 수십정의 총기를 가지고 수만명이 운집한 지역을 향해 분당 수백발의 총탄을 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강력한 총기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이끌어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다음날 열린 증시에서 나타난 총기 관련주들의 급등 현상은 이 문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면, 즉 산업적 측면 역시 고려될 수밖에 없는 미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예였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일 캘리포니아주 존 챙 재무국장이 연기금 이사회에서 제안한 총기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 주장은 총기 문제를 관련 기업에 대한 압력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챙 국장은 캘리포니아에서 금지된 총기와 탄약을 판매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를 주장해 지난 2012년 시행된 총기 제조사에 대한 투자회수에 이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지난해 뉴욕시 공무원연기금이 미국 최대 레저 관련 소매점인 딕스 스포팅 구즈를 비롯한 총기판매상에 대한 투자회수를 의결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투자회수 운동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지난 2011년 대학에서 시작된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 운동이다. 지난해 말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회수를 결정하고 실행한 펀드의 가치가 무려 5조2000억달러로 2016년 한 해만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해당 기업들의 향후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미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회수는 기업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딕스 스포팅 구즈와 같은 대형 레저용품 판매상의 경우 총기판매를 축소 혹은 중단할 수 있다. 화석연료 기업의 경우도 화석연료 투자를 줄이고 친환경에너지 관련 연구개발을 늘려나갈 수 있는 동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회수 운동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체적인 연구결과를 보면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회수 운동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투자대상 기업을 제한함으로써 기금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주주행동주의의 목표가 투자기업에 대한 압력을 통해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최종적으로는 투자자의 수익으로 실현되는 것과는 달리, 투자회수 운동의 경우 대상기업에 상징적인 압력으로는 작용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투자자 손실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은 이 운동의 가장 근본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즉, 비경제적 목적을 위해 투자자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금이 그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주 공무원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기금을 가지고 주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윤리적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 목표가 윤리적이라 하여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상식이 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이런 논란은 투자회수 운동의 효율성을 뛰어넘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올바른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또한 지난해 정치적 격변을 거치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이 시기에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인다.
수익창출이라는 기업의 목표와 시민의 안전보장이라는 사회적 규범이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는지 지켜볼 일이다.

김원용 옥스버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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