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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평화와 안식의 상징 천안 우정힐스CC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9 11:18

수정 2017.10.19 11:18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의 시그내처홀로 '스플래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13번홀 전경.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의 시그내처홀로 '스플래시'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13번홀 전경.
천안(충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처음엔 의리의 사나이들이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의미의 '우정(友情 )'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라운드를 하면 할수록 우정이 더욱 돈독하게 쌓여져 가는 그런 골프장이 되겠다'는 자기 선언적 의미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꿈보다 해몽이었다. 애시당초 그런 우정과는 아예 거리가 멀었다. '소가 물가에서 한가로이 물을 먹는다'는 뜻을 가진 '우정(牛汀)'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평화, 그 자체였다.
코오롱그룹의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은 독립기념관이 위치한 충남 천안시 목천읍 흑성산 자락 구릉지대에 자신의 아호이자 삶의 지향점인 '우정'과 딱 맞아 떨어진 골프장을 조성했다. 그래서일까, 골프장 이름과 분위기가 이렇듯 일치한 경우를 일찌기 경험해보지 못했다. '평화와 안식의 언덕'으로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우정힐스CC다.

국내 최초의 웨스턴 스타일 골프장으로 1993년에 개장
1993년 5월 9일에 개장한 우정힐스CC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으려는 노력과 국내 최초의 웨스턴 스타일의 코스로 세계적인 명문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이동찬 명예회장의 집념, 그리고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 페리 다이의 명예가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그것은 코스 곳곳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럴진대 이 골프장이 개장과 동시에 한국 골프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당연했다.

우정힐스는 한 마디로 한국형 골프장의 표본으로 골퍼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18홀(파72) 표준홀로 구성된 코스 전장은 7225야드(6606m)다. 산악형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표고차가 그리 크지는 않다. 원그린 시스템인 그린은 매우 까다로우면서 스피드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3m를 유지할 정도로 빠르다.

매홀 당 5~9개의 티잉 그라운드가 조성돼 있다. 물론 각 티잉 그라운드는 상시 개방돼 있다. 각각의 티잉 그라운드마다 시야가 다르게 배치해 매번 새로운 골프장에서 경기하는 느낌을 준다. 전략적인 마운드 및 해저드를 감안해 티샷부터 클럽 선택에 이르기까지 극도의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산악형 골프장 답지 않게 18홀 전홀이 독립돼 있다는 것도 이 골프장의 특징이다.

오거스타의 아멘코너에 필적하는 최대 승부처 '실코스'
마스터스 개최지 오거스타 내셔널GC에 ‘아멘 코너’가 있다면 우정힐스에는 ‘실(Seal) 코너’가 있다. 16번홀(파3)부터 18번홀(파5)까지 마지막 3개홀이다. 하늘에서 보면 이 세 홀이 마치 바다표범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 별칭을 얻었다. 200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한국오픈에서는 매년 이 3개홀에서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한 마디로 프로, 주말골퍼를 막론하고 시그내처홀인 아일랜드 그린의 13번홀(파3)과 마지막 3개홀은 승부처인 것이다.

13번홀은 볼이 풍덩 빠지는 느낌을 준다고 해서 ‘스플래시(Splash)’라는 별칭이 붙었다. 마치 PGA투어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플로리다 주)의 17번홀(파3)과 흡사하다. 2009년 한국오픈 때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일본의 이시카와 료가 1~3라운드 연속으로 티샷을 물에 빠뜨려 화제가 됐던 홀이다.

16번홀은 특히 석양이 질 무렵 굴곡이 아름다워 '비너스'로 불린다. 티잉 그라운드에 선 순간 아득한 그린을 보며 미혹에 빠지게 되지만 그린을 벗어날 때면 고개를 푹 숙이며 자책하고 또 절망하게 된다. 이 홀은 워터 해저드가 없는 유일한 파3홀이지만 우정힐스 파3홀 중 가장 길어 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설계자의 의도대로 갤러리에겐 비너스지만 선수에겐 야누스일 수 밖에 없는 홀이다.

17번홀(파4)은 골프의 대원칙인 ‘파(Far)&슈어(Sure)’를 시험하는 홀로 '무자비한(NO mercy) 홀'로 명명되었다. 전장이 긴데다 그린마저 까다로와 파를 잡기가 쉽지 않다. 2010년 한국오픈 때 양용은(45)이 티샷을 오른쪽 대나무 밭으로 보냈다가 간신히 탈출에 성공, 보기로 홀아웃 하는 바람에 1타차 역전승을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자비는 커녕 요행이라곤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홀이다. 마지막 18번홀은 '스타디움'으로 명명되었다.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플레이어들은 승패를 결정지어야 하는 글라디에이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리 매킬로이 등 세계적 선수들로부터 극찬 이어져
우정힐스CC는 세계적인 선수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우리나라 몇 안되는 골프장 중 하나다. 지난 2003년 제25회 퀸시리키트컵 아시아여자골프팀선수권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내셔널타이틀대회인 한국오픈선수권대회를 지난 2003년부터 매년 개최하므로써 세계 최정상의 선수들의 우정힐스 방문이 이어졌다.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이상 남아공), 존 댈리, 버바 왓슨,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비제이 싱(피지), 로라 데이비스, 이안 폴터(이상 영국), 그리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우정힐스 매력에 푹 빠진 선수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코스 레이아웃과 관리, 그리고 서비스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 코스 관리는 한국오픈과 무관치가 않다. 2003년 유치 이후부터 매년 6개월간 대회 코스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코스 관리에 있어 저독성 농약, 친환경 비료의 사용 등은 기본이다. 인공폭포 조성을 비롯, 골프장내 철책이나 특별히 막힌 곳이 없이 동물들의 다양한 이동통로 확보해 주고 있다. 그 결과 고라니, 너구리, 꿩, 두더지, 올빼미, 부엉이, 족제비, 다람쥐, 청솔모, 청둥오리 등 야생동물의 천국이 되고 있다.

서비스는 '명문은 만들어 가는 것이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기조다. 한 마디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업계 최초로 시행한 회원 동반시 캐디 선택제, 경로자 요금우대, 장애인 및 경로자 내장시 전동카트 페어웨이 진입 허용 등이 이른바 '우정힐스표' 서비스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매년 각종 조사에서 한국의 10대 골프코스에 단골로 선정되고 있다.
많은 골퍼들이 우정힐스를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데에는 이처럼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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