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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백대용 변호사 "소비자 문제 체계적 해결 위해 기금 조성해야"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3 17:15

수정 2017.10.23 17:15

소비자단체 희생.봉사가 아니라 분쟁 해결할 제도적 장치 필요
[인터뷰]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백대용 변호사 "소비자 문제 체계적 해결 위해 기금 조성해야"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은 소비자 문제를 체계적이고 집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신속하게 도입이 이뤄져야 할 사안입니다. 소비자단체가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의 대부분은 최소한의 비용만을 지급받은 채 사실상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업자들로부터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을 당하거나 변호사단체에 징계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최대의 소비자 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백대용 변호사(43·사법연수원 31기·사진)는 소비자주권 강화와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소비자단체 지원.육성과 상담.분쟁조정.소송 등 피해구제에 사용되는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을 꼽았다.

백 변호사는 "정부 주도의 소비자정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문제를 신속히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기금을 통해 민간 소비자단체의 역량을 강화, 소비자 문제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운동의 실효적 결과를 위해서는 기존과 같이 소비자단체에 속해 있는 실무자의 희생과 봉사를 담보로 할 게 아니라 능력과 열정을 가진 전문가를 통해 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내 굴지의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에서 파트너변호사로 활동 중이기도 한 그가 국내 최대 소비자시민단체의 부회장직을 맡게 된 계기는 사법연수원생 시절 우연한 기회에 봉사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소시모에서 소비자 상담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헌신하는 많은 활동가들의 열정, 희생에 감동을 받았다.

그는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은 소수의 소비자단체들만이 힘겹게 소비자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소비자운동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고 관련 부처도 소비자 문제를 사소한 문제로 보고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이후 그는 2003년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국 소비자정책과 사무관으로 사회에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건강한 시장경제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가 나서 소비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행보였다.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소비자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2007년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백 변호사의 소비자운동은 계속됐고 지난해 소시모 대의원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여당 추천 예비조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소비자들이 악덕 기업들로부터 피해보상을 실효성 있게 받아낼 수 있는 특별한 법적.제도적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는 일련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소비자에게 적절한 규제권한을 줘야만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문제에 대한 규제권한을 정부나 지자체가 과도하게 갖게 되면 기업은 해당 부처나 공무원에 대한 대응에만 집중하게 되고 소비자가 배제된 채 기업과 정부가 문제 해결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관련 부처는 법과 제도의 부재, 인력과 예산의 부족 등을 호소하며 사람을 더 충원해 주기를, 예산을 더 편성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이런 호소의 이면에는 이 기회에 해당 부처의 조직과 인력, 예산을 늘리려는 꼼수가 숨어 있고 해결방안을 마련해 가는 과정에서 해당 부처는 점점 비대해지고 권한도 점점 강화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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