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노동계 향해 공감·존중 전한 文…민주노총 불참으로 의미 퇴색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文대통령 "많이 기다렸고 설렜다"
VIP용 평창올림픽 기념 홍차도 첫 대접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차담회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차담회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노동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감과 존중의 메시지를 담은 음식을 대접했다.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게 하는 만찬 메뉴를 준비해 추억을 나눴고 세계 정상들을 위한 선물인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홍차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 7월 재계 간담회에서 호프타임으로 격의 없는 소통과 상생을 강조했다면 이날 만남에선 격식을 차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축으로서의 노동계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청와대의 이같은 준비에도 민주노총이 끝내 불참하면서 만남의 의미는 다소 퇴색된 모양새다.

■靑 각별한 준비에도 민주노총 불참
문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이 자리가 많이 기다려졌고 설레기도 했다. 한편으론 노동계와의 만남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 초조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이 만남이 노·정이 국정 파트너로서 관계를 회복하는 아주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자"는 당부의 말도 건넸다.

문 대통령의 노동 존중 의지는 만찬에 앞서 열린 티타임에서부터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해외에 평창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홍차를 내놓았다.

사전환담 장소로 정상급 외빈을 접대하는 본관 접견실을 택한 데 이어 VIP 선물용 차를 가장 먼저 대접함으로써 노동계를 존중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티소믈리에를 자처한 장하성 정책실장은 차를 소개하며 "첫 시음"이라고 수차례 강조했고 문 대통령 역시 "평창올림픽 때 VIP가 오면 선물용으로 주는 것인데 처음 맛봤다"고 했다.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노동계 만찬에서 제공된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홍차. 이 차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 /사진=청와대 제공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노동계 만찬에서 제공된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홍차. 이 차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 /사진=청와대 제공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 인사의 만찬에서 제공된 메뉴. 청와대는 노동계의 상징인 청계천에서 8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음식점 '용금옥'에서 공수한 추어탕과 콩나물밥, 전어를 준비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 인사의 만찬에서 제공된 메뉴. 청와대는 노동계의 상징인 청계천에서 8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음식점 '용금옥'에서 공수한 추어탕과 콩나물밥, 전어를 준비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티타임에선 '존중' 만찬에선 '공감'
만찬 테이블은 공감의 음식으로 채워졌다. 추어탕과 콩나물밥, 전어였다.

추어탕은 청계천 옆에서 8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식당 '용금옥'에서 직접 공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어탕은 서울에선 청계천을 중심으로 서민의 가을철 보양식으로 발전했다"며 "청계천은 우리나라 노동계의 뿌리이자 정신으로 노동계의 상징적 존재인 전태일 열사가 치열하게 산 곳"이라고 설명했다.

추어탕과 함께 전태일 열사가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진 콩나물밥을 식탁에 올린 것 역시 노동계와 공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에는 "대화 장소에서 모두 만나길 소원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는 노동계의 노·사·정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건배주로는 원기 회복에 좋은 선운복분자주가 올랐다. 이 술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로도 쓰인 바 있다.

■'노발대발' 건배사에 웃음 터지기도
청와대는 앞선 재계와의 간담회에서도 상생의 의미를 담은 황태절임과 화합을 상징하는 대표 메뉴인 비빔밥,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촉구하는 소상공인 수제맥주 등의 메뉴를 선보이며 의중을 전한 바 있다.

반쪽짜리로 치러진 이날 노동계와의 대화에서도 만찬 메뉴에 숨겨진 공감과 존중의 의미가 잘 전달될지 주목된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통령이 노동자를 국정의 파트너로 말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하며 '노발대발'이라는 건배사로 바람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한편으론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고 건배사 뜻을 설명했다. '노발'이라는 김 위원장의 선창에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대발'을 외쳤고 좌중에선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날 만찬은 1시간25분간 진행됐다. 45분간 진행된 한국노총과의 사전 간담회를 포함하면 2시간10분 가량 된다. 앞서 재계와의 간담회는 티타임을 포함해 첫날 2시간40여분, 둘째날 2시간10여분 각각 소요된 바 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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