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적폐청산공화국, 그리고 검찰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26 17:05

수정 2017.10.26 17:05

[데스크 칼럼] 적폐청산공화국, 그리고 검찰

검찰은 지금 가히 '10년 전쟁'이라고 해도 무방할 과거사 캐기의 최일선에 서 있다.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전직 대통령만 3명이다. 현 정권이 부처를 불문하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적폐청산 및 이에 반발한 보수 야당의 고소.고발, 수사 의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봐왔던 전 정권 비리 수사여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여기에 동원되는 기관이 검찰로 귀결되는 것도 한결같지만 이번에는 강도 면에서나 대상 면에서 예전과 비교할 바 못된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다. 더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재확인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조직 위상과 역할에 큰 변화가 불가피한 검찰로서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겠다.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에서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에 의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한쪽에서는 편향 내지 결론을 내놓은 수사와 기소를 통해 '입맛'에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적폐의 한 부류로 취급됐던 검찰이 적폐청산의 주체로 인정받을지 몰라도 멍에처럼 뒤집어쓴 정치검찰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국민신뢰 회복은 더더욱 요원하다. 그만큼 검찰로서는 현재 상황이 엄중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여러 위원회나 개혁위에서 논의하고 검토된 사안들이 하나둘씩 검찰에 넘어올 때마다 업무부담이 제법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사는 길게 끄는 게 피로감을 증대시킬 수 있는 만큼 수사팀 증원을 추진 중"이라고도 했다. 민생안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검찰이 전 정권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쨌거나 청와대와 정부는 적폐청산 작업을 쉬 끝낼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세월호 최초 보고시간 문건 조작 및 국가위기관리지침 불법변경 의혹을 공개하고 부처, 기관별로는 앞다퉈 적폐청산위원회나 진상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해 과거사 응징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업무가중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적폐를 뿌리 뽑아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나는 국정원의 한심한 작태나 권력 사유화 정황 등은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특정 프레임 또는 진영논리에 의해 전쟁을 치르듯이 청산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일각의 반발 및 적폐의 실체, 성격, 대상을 둘러싼 논란에 더해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굳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대북 문제나 어려운 경제, 청년층의 실업난 등을 되뇔 필요는 없다. 다만 적폐청산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성질도 아니고 이 과정에서 정치보복이니, 지방선거를 겨냥한 적폐 낙인찍기 따위의 시비가 일어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휘몰아치는 태풍식 청산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잘못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을 기대한다. 특히 검찰은 지금이야말로 존재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어느 한쪽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검찰'로서 신속히 실체를 규명해 정파보다는 국민이 수긍할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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