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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복원]합의문 도출 막전막후 들여다보니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31 16:44

수정 2017.10.31 17:06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을 봉합하기까지 한중외교 안보라인은 지난 몇 달간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10월 31일 정치권과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중국이 우리 정부가 줄곧 견지해 온 사드배치 관련 입장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태도에서 '그래도 들어보겠다'는 태도로 전향한 것은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진행된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였다고 한다.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우리 측의 일관된 논리에 대해 반대 일변도의 태도에서 벗어나 수긍하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열흘 남짓 전인 지난 9월 7일 우리 정부가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사드 4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한 것이 국면전환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정부의 해석이다.

사안에 밝은 한 관계자는 "중국으로서는 우려하던 가장 최악의 상황에 맞딱드린 것"이라면서 "한중갈등을 아예 심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현상을 인정하고 출구전략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한중관계 개선의 기미는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었다.
한중은 7월 G20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여러 차례 외교 당국 간 교섭을 비롯한 한중간 소통을 진행했다. 특히 여러 고비가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정권 교체 이후로는 중국 정부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그렇지만 두 달 넘게 양국이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며 공회전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8월 방중이 무산되면서 양국관계는 경색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8월께부터 본격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움직였다. 협상 채널도 기존의 외교적 방법이 아닌, 최고결정권자들과 소통하면서 신속히 입장이 조율될 수 있는 정치적 타결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양측의 소통 채널이 정해졌다고 했다.

당초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류전민 전 외교부 부부장이 카운터파트를 이뤄 협상을 총괄했으나 류 전 부부장이 유엔 사무부총장을 맡아 공석이 되면서 콩위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대리해 처리하게 됐다는 것이 협상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주제는 단연 사드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본인의 입으로 여러 번 '사드는 중국의 핵심이익'이라고 천명한만큼 이를 돌려세울 '발판'이 마련돼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에 공감했다.

협상에 임한 핵심 관계자는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사드 문제 해결이 전제조건이라는 인식 하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주제가 정해진만큼 양측은 사드문제를 해결하는 데 협상 역량을 집중했다. 우리로서는 가장 근본적 국익인 '사드 배치'를 중국이 받아들이는 것과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 해제 두 가지가 목표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우리 측은 협상 결과의 투명한 공개와 정부의 당당한 입장 견지, 한미 동맹에 불필요한 오해 방지, 양국의 모든 경제 교류를 정상으로 가게 느끼도록 최종 결과물로서의 합의문 도출이라는 목표를 두고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합의문에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받아들인다'는 직관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측이 표명한 (사드 관련) 입장에 '유의'한다는 표현이 담겼고, 직접 '보복 조치 해제'라는 문구를 넣는 대신 모든 분야의 고류 협력을 '조속히 회복' 시킨다는 문장으로 갈음했다는 것이 외교적 성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드가 한중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서로 갈등을 '봉인'하기로 합의했음에도 '한국 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는 등의 불필요한 문구가 삽입돼서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향후 한중 양자정상회담을 위한 문 대통령의 방중을 놓고 중국은 보다 가시적인 사드문제 해법을 요구할 개연성이 크다"면서 "아직 낙관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세종연구원 정재흥 연구위원도 "합의문은 외교적 수사일뿐 근본적 해결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봤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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