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의 성장세가 매섭다. 반면 우리나라가 이를 모방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보여주기에 치중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서 이듬해 초 미국에서 이뤄지는 최대 할인기간이다. 이때 공산품뿐 아니라 텔레비전, 냉장고 등 고가 제품들도 최대 90% 할인돼 판매된다. 그야말로 ‘빅 이벤트’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에 따르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의 온라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8% 증가, 1074억 달러(한화 약 120조 원에 이를 걸로 보인다. 매장 매출 역시 10% 성장할 거란 분석이다.
2015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표방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유래를 고려치 않고 단순 쇼핑행사로 여긴다는 불만이 높다.
■미국 유통특성으로 생긴 ‘블랙 프라이데이’.. 우리나라는 ‘등 떠밀려’ 할인?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유통구조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미국 최대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대비해 각 업체들은 연말 상품을 비축하는데 이후 남은 재고를 처리하려 대대적인 할인을 실시한다. 이듬해 상품을 보관하려 창고를 확장하기보다 남은 물품을 싸게 판매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
우리나라에선 정부 주도 하에 지난 9~10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실시됐다. 하지만 할인 폭과 품목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다.
행사 소비자 감시단은 지난해보다 행사 만족도와 실제 할인율이 높아졌지만 소비자가 기대하는 적정 할인율엔 미치지 못한 걸로 평가했다.
직장인 A(31)씨는 “미국의 경우 각 업체 상황에 따라 스스로 세일에 나서지만 우리나라에선 정부에 등 떠밀려 반 강제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꼴”이라며 “어느 업체가 원치 않는 행사에 큰 할인을 걸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할인율·품목이 미진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은 건 사실이지만 이를 확대했다가 구매에 실패한 소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는 업체가 많다”면서 “업계 사정을 고려해 행사를 준비, 추후 논의가 더 이뤄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54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아 446개가 참가하는 등 지난해보다 규모가 확장됐다.
당국에서는 행사 성과가 매해 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산업연구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의뢰를 받아 2016년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분석, 판매증대 효과가 4.8%P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7.3% 증가, 관광수입이 1520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올해 역시 성장세라는 판단이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요 참여업체 매출액이 10조8060억원으로 전년대비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4일간의 온라인 쇼핑몰 특별행사 매출은 31% 늘었다.
다만 올해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12.5%보다 낮았고 참여업체가 30% 늘어난 반면 성과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긴 연휴, 외국인 관광객 감소, 내국인 출국자 증가 등 변수가 있었지만 매출은 증가세를 유지했다”며 “연휴기간 배송업무가 중지된 온라인 부문을 제외하면 매출액 증가율은 8.3%에 이른다”고 말했다.
■유통가 “행사 효과 체감 못해” 반응.. ‘한국형 할인행사’ 기획해야
그럼에도 유통가는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해당 기간 매출이 전년대비 1.6% 증가하는데 그쳤고 현대백화점은 되레 4.3% 감소한 걸로 알려졌다.
신세계 백화점(9.8%), 롯데마트(13.2%) 등 다른 유통업체들의 판매성적도 매장 리뉴얼, 추석 특수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행사기간이 기존 정기세일과 맞물려 할인율이 10~30%에 불과했다는 불만도 내비친다.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서 절반가량 가격을 할인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행사에 맞춰 쇼핑을 시도했다는 주부 B(46)씨는 “광고에선 크게 할인을 한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특별할 것 없는 세일행사였다”며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고, 내년 행사에는 시간을 내 매장을 찾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C(24)씨 역시 “고작 50~100원 할인하면서 홍보만 거창게 하는 모습을 온라인상으로 심심찮게 봤는데, 기존 행사를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둔갑시키거나 원래 가격을 부풀려 할인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며 “할인상품을 찾아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느니 온라인 블랙 프라이데이인 ‘사이버 먼데이’를 준비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특성에 맞는 행사가 기획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미국 업체들은 재고를 본인들이 떠안기 때문에 해가 넘어가기 전 필사적으로 재고를 처리하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재고부담이 없는 중간판매 방식이 많아 할인행사에 대한 니즈(Needs)가 많지 않다”며 “무작정 업체들에 할인을 독촉할 게 아니라 국내 맞춤형 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선 높은 수수료를 주고 매장에 입점하는 경우가 많아 할인이 어려운데, 중소업체들에게 온라인 할인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다면 보다 양질의 행사콘텐츠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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