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조코 위도도 대통령, 닮은꼴 역사-인생행로 고리로
2006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11년만에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
위도도 대통령 "문 대통령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며 인근 쇼핑몰로 안내
인니 전통옷 선물, 나란히 기념촬영
【자카르타(인도네시아)=조은효 기자】9일 오후 우중(雨中) 자카르타에서 약 60km떨어진 보고르 대통령궁 인근 한 대형 쇼핑몰. 한국과 인도네시아 두 정상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나란히 깜짝 등장하자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시민들을 향해 손인사로 화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단독정상회담을 마친 위도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다"며, 전동카트를 타고 약 1km 가량 떨어져 있는 중저가 쇼핑몰로 안내했다. 선물은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 밝은 표정으로 인니 전통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두 정상은 양국 앞날에 기념이 될 '특별한 날'을 만들었다.
앞서 대통령궁에서 기념식수 과정에서 위도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삽을 뜰 수 있도록 우산을 씌워주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쇼핑몰 '깜짝등장'에 이어 다시 대통령궁으로 돌아온 두 정상은 양국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확대정상회담'에 돌입했다.
두 정상은 참여정부 당시인 지난 2006년 수립한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11년만에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주변 4대 강국 수준으로 아세안과의 관계를 격상시키겠다"고 밝힌 '신남방정책'에 대한 구상을 제시하고, 인도네시아와의 경제·외교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런 맥락 아래 양국은 △외교장관·국방장관 2+2 회의 신설 △방산분야 협력확대 △2022년까지 교역액 300달러로 확대 △인프라 투자 협력 △교통 인프라 협력 △ 한국 자동차 산업 인도네시아 진출 협력 등을 약속했다. 특히 양 정상은 방산분야 협력(현재 총 27억 달러 규모)이 양국간 상호신뢰와 전략적 파트너십의 상징임을 재확인하고, 현재 진행 중인 한국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구축 사업에 협력을 더욱 강화해 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입찰을 앞두고 있는 총 12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3척 수주에 대한 인니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동포간담회에서 "인도네시아는 잠수함과 차세대전투기를 우리와 공동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양 정상은 또 이날 양국 정부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인도네시아 국민주택건설사업, 자카르타 경전철프로젝트, 신도시건설사업, 자동차산업 등에 대한 협력을 다짐했다.
양측간 이런 빠른 신뢰구축엔 양국이 식민지배와 독립, 민주화와 경제성장이란 비슷한 역사적 행로를 걸었다는 점, 나아가 두 정상간 닮은꼴 행보가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도 두 나라가 공통점이 많다"며 "두 나라 모두 식민지배와 권위주의 체제를 겪었지만 그 아픔을 극복하고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9세기 초부터 네덜란드의 식민지배에 놓였으나 20세기 초 민족주의 독립운동을 전개했으며, 태평양전쟁 당시(1942년) 일본에 점령당했으나 일제 패망 직후 독립에 이른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첫 정권교체이자 문민정부 출범을 달성한 위도도 대통령은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판매업에 종사하다가 친서민.비(非)엘리트주의를 앞세워 정계 입문 9년 만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권력 핵심인 프라보워 수비안토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당선 직후 "이권(利權)정치 근절과 경제개혁으로 인도네시아를 중진국 반열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점은 가난한 피란민의 아들로 정계 입문 약 6년만에 대권도전에 성공, 탈권위주의 행보와 함께 정치.경제개혁에 나서고 있는 문 대통령과 유사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저와 위도도 대통령은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과 서민행보, 소통 등에서 닮은 면이 많다"면서 "위도도 대통령과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측은 이날 문 대통령이 케이팝(K-POP)열혈 팬인 위도도 대통령 딸의 결혼식에 맞춰 샤이니 민호의 축하 동영상과 엑소(EXO)서명이 담긴 CD를 위도도 딸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