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매년 10만 마리 까마귀떼...울산의 주요 생태관광상품으로 발돋움
【울산=최수상 기자】 지구촌 새 축제인 제8회 아시아버드페어(ABF) 오는 17일 울산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운오리새끼에서 아름다운 백조로 변한 까마귀 이야기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시를 공습해 정전과 차량오염 등 피해를 입히면서 수원시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까마귀떼지만 울산에서는 오히려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고 있다. 처음에 차량과 빨래줄 위로 떨어지는 배설물로 인해 까마귀는 마냥 귀찮은 존재로 여겨졌지만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은 울산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2일 울산시와 울산시 남구에 따르면 태화강 삼호대숲 일원에는 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철새인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날아와 월동한다. 2000년 대 초반 수천마리에서 해마다 증가해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인 10만 마리에 이른다.
워낙 개체수가 많다보니 까마귀들은 삼호대숲 외에도 남구 삼호동, 중구 태화동·다운동 지역의 고압선 및 일반전선 위에서도 휴식을 취하게 됐고 수 만 마리가 쏟아내는 배설물은 고스란 주택가를 덮쳤다. 차량 부식과 빨래 오염에 화가난 주민들이 까마귀와 전쟁을 선포했고 와중에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됐다.
하지만 울산시와 환경단체가 매일 배설물 청소반을 운영하고 피해지역 위를 지나는 고압선의 지하매설을 추진하는 등 주민과 까마귀와의 갈등을 조금씩 해소하면서 인간과 까마귀와의 공존은 본격화됐다.
저녁 무렵 태화강과 삼호동 일대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는 까마귀떼의 장엄한 군무는 몇 년 새 태화강의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았고, 조류생태를 연구하는 생태탐방교실까지 해마다 열리고 있다. 또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낙곡, 풀씨, 해충을 먹어 농사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미운오리새끼였던 까마귀들은 어느 덧 백조로 바뀌어갔다.
오는 17일부터는 태화강철새공원 일원에서 펼쳐지는 지구촌 새 축제인 제8회 아시아버드페어(ABF)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 축제에는 회원국인 아시아 20개국과 비공식 파트너인 영국, 호주 등에서 조류 탐조인과 관계자 3만 명이 10만 마리의 까마귀 군무를 보기 위해 울산을 방문한다.
삼호대숲을 관리하고 있는 울산 남구는 이미 관광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 내년 말 철새홍보관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철새거리와 그린하우스, 게스트 하우스 등을 갖춘 철새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삼호대숲은 겨울에 까마귀가, 여름에는 백로가 날아오는 보기 드문 철새 도래지로서, 1년 내내 철새 탐방과 관광이 가능해 남구는 생태 관광지로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 배설물 등의 피해로 귀찮은 존재였던 까마귀가 이제는 흉조라는 고정관념과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울산을 국제적으로 홍보해 주는 효자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