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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최저임금과 선진국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1 17:00

수정 2017.11.21 17:00

[한미재무학회칼럼] 최저임금과 선진국

최근에 한국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있다. 시간당 급료가 2018년에 7350원으로 16.4% 오르고 2020년에는 1만원으로 올라간다. 최저임금 인상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람중심 경제성장'의 한 중요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회 전반에서 보이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은 지난 60여년 동안 경제성장을 주목표로 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할 수 있다.
두 세대에 걸친 노력으로 2016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750달러로 세계 23위,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인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전후좌우를 둘러보면서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불평등 해소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복지사회로 가려는 노력인 것 같다. 1만원의 최저임금은 이러한 노력의 첫걸음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캐나다에 살면서 '과연 선진국이란 어떤 모습의 사회일까'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결론은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가 선진국의 참모습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는 약한 사람을 도와주고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최저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한 예로, 캐나다에서는 병원에 몇 주 입원을 해도 돈 한 푼 내지 않는다.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약한 사람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캐나다는 장애인에게 관대하고 장애아 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한다. 장애아도 보통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고 보조교사를 지원한다. 보조교사는 한두 명 정도의 장애아를 돌본다. 보조교사나 사회복지사를 통한 지원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계속된다. 초급대학 졸업 후에는 직장을 알선해 주고 직장에서 적응할 때까지 처음 몇 주 동안 도움을 준다.

장애아 가정도 지원한다. 장애아를 키우는 것이 힘이 들다 보니 가정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가 있다. 장애아 부모도 한숨을 돌릴 여유가 필요하다고 해, 한 달에 나흘 정도는 장애아를 다른 집에 맡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보통 아이들도 장애아와 같은 학교에서 크다 보니 장애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장애아는 조롱이나 왕따의 대상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보통 아이들은 가능한 한 장애아를 도와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을 포용하고 감싸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애인이 힘없는 약한 사람의 대표적인 예이지만, 대중의 범주에서 벗어난 여러 종류의 소수자도 약한 사람들이다. 동성연애자, 천재, 둔재 등등 사회의 대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소수자는 많은 불이익을 받으며 산다. 이러한 소수자들도 제대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선진사회다. 천재는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천재교육을 시켜주고, 둔한 사람은 나름대로 배울 수 있게 배려하고, 소수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선진사회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러한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보고 싶다. 사회 안에 있는 여러 형태의 소수자와 장애인과 같은 약한 사람을 보듬어주는 여유 있는 사회로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 길로 가는 큰 첫걸음을 내디딘 것 같다.

김영수 캐나다 리자이나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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