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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중앙선 철로에서 사라지는 반곡역의 겨울 풍경.
[원주=서정욱 기자] 플랫폼에 첫 눈이 내리는 21일. 마지막 겨울을 보내는 태백산맥 서편, 간이역에 알프스의 겨울 풍경 같은 첫 눈이 내리고 있었다.
치악산 자락에 비누조각으로 만든 작은 인형같은 반곡역이 마지막 겨울, 첫 눈을 맞는 것을 보며 간이역으로 들어섰다.
지난 봄.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 반곡역을 지키는 양치기 같은 자상한 역무원이 있었다. 그는 “다행히 반곡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역은 그대로 있다”며 아쉬워했다.
눈이 하얗게 내린 반곡역은 내가 본 역 중에 참 아름다운 역이다.
하얗게 갈아입은 치악산 자락에 앉아 저 멀리 혁신도시를 내려다 보는 언덕에 있는 반곡역.
그 언덕 아래 알프스 산장 같은 성냥갑 만한 집들이 오순도순 정겹게 앉아 겨울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혁신도시 공기업에 근무하는 서울 사람들이 하루 4번 이곳 반곡역에서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탓에 간이역은 외롭지 않다.
나처럼 반곡역의 마지막 겨울을 아쉬워 하는지 말이 없다.
오래전 일본인들이 지은 반곡역은 석회암으로 된 치악산을 뚫고 철길을 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에는 하나밖에 없다는 ‘또아리굴’이 치악산 중턱에 있다.
원주 사람들은 반곡역을 지나는 철길을 ‘중앙선’이라 부른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이 철길을 ‘동경선’으로 불렀다 고 한다.
치악산에 자락에 간이역이 생기면서 원주사람들과 80년 이상을 함게 정들었던 반곡역. 원주사람들은 이 역을 볼 때마다 일본인들로부터 당한 슬픈 역사의 철길로 기억할 것이다.
내게는 고교시절. 자전거를 타고 오던 언덕 위에 세운 작고 귀여운 이 간이역이 그리워질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내리는 눈이 멈춘다.
첫 눈 내린 반곡역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답다. 나는 플랫폼을 걸으며 생각한다.
나는 반곡역의 겨울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마지막 플랫폼을 천천히 걸었다. 걸으면서 빠름과 느림의 미학 속에 프로스트의 시를 마음 속으로 읊는다.
이제 이 겨울이 지나면 프로스트의 시처럼 이 언덕위에 성냥갑만한 작은 간이역은 사람들이 전철을 타기 위해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다. 그대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겨울 철길을 달리며, 그 빠름 속에서 이 귀엽고 예쁜 간이역의 겨울 철길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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