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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돌려받을 수 없나요?”…먹튀 사이트 사기 피해 ‘눈덩이’

허위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제작, 운영하면서 돈만 받고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도박사이트 투자사기를 일삼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주부들에서 일반 남성들까지 먹튀 도박사이트 투자사기 피해가 속출하면서 경찰은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방침이다. 그러나 범행의 조직화, 국제화로 범인 검거가 쉽지 않고 피해금 환수도 사실상 불가능해 도박사이트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먹튀 도박사이트 투자사기 쪽지 리스트 /사진=fnDB
먹튀 도박사이트 투자사기 쪽지 리스트 /사진=fnDB

■맘카페 주부들 대상으로 ‘고수익 보장’ 속여
11월 30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아이 엄마들로 구성된 인터넷 커뮤니티인 ‘맘카페’ 주부들을 대상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A씨(31)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B씨(30) 등 1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허위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고수익이 창출된 것처럼 조작해 회원을 모집한 뒤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재테크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의 쪽지를 발송한 후 피해자가 카페에 가입해 상담 문의를 하면 “복권진흥협회에서 운영하는 나눔 공식사이트에서 파워볼 게임으로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로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았으며, 피해자만 80여명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돈이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불어나있는 조작된 화면을 보고 속아 투자했고, 이후 환전과 본인인증 등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추가 입금까지 하면서 피해가 늘어났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직 분업화·국제화로 경찰 단속 한계
경찰은 A씨 일당 외에도 먹튀 도박사이트 투자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국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는 피해 신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주부들 뿐만 아니라 일반 남성들까지 피해자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들통 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피해자가 훨씬 많을 것이란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문제는 경찰의 집중단속에도 범인 검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경찰청이 지난 8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3218건, 4033명을 검거했으며 이중 10% 정도만이 먹튀 도박사이트 투자사기로 추정된다. 4033명 중에도 도박 행위자가 3676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운영자는 205명(5.1%), 협력자는 152명(3.8%)에 불과했다.

범인 검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범행조직의 분업화 때문이다. 이들은 총책을 비롯해 인출, 통장유통, 마케팅, 게임 운영 등 역할을 분담하고 있어 완전한 소탕이 어렵다. 특히 운영방식의 은밀화·국제화로 사이트 운영이 더욱 수월해지면서 경찰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 실제 검거된 도박사이트 운영자 중 국내 서버를 이용한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최근에는 서버뿐만 아니라 조직원들이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피해액 30만원부터 1억원까지, 환수는 어려워
피해가 늘면서 피해 규모도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까지 확대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경찰 신고 외에도 피해액 환수 등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처음에는 몇 십만 원만 투자했다가 뭐에 홀린 것처럼 돈을 넣다보니 1억원까지 입금했다”며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 조금이라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환수를 위해 기소 전 몰수보전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범인들을 붙잡아도 범죄수익금을 이미 유흥비 등으로 사용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며, 남은 돈도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에 있기 때문이다. 범죄수익금을 차명으로 보유하거나 가족들이 자금 이전에 개입할 경우 범죄수익금이라고 입증할 방법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피의자 명의 계좌에 남은 돈이나 고급 차량 정도만 몰수가 가능할 뿐”이라며 “돈에는 이름표가 없지 않나. 현금이 사용돼서 입금되는 순간 다른 현금과 혼화되므로 거의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