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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英서 원전 수주 개가 … 탈원전 재고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7 16:50

수정 2017.12.07 23:36

꾸준한 기술력 향상이 필수.. 스스로 발목잡는 일 없어야
한국전력이 6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사업권을 사실상 따냈다. 수주전에서 중국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면서다. 2025년까지 원자로 3기를 짓는 21조원 규모 사업이다. 한전이 완공 후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 몇 번의 고비는 남았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이후 8년 만에 국내의 탈원전 기류 속에서 올린 개가라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이번 수주로 한국 원전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
한국형 3세대 원전 모델인 'APR 1400'이 까다로운 유럽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더욱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제4세대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를 원전 선진국 프랑스에 수출하기로 했다니 겹경사다. 이로써 원전 2기 건설을 계획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발 수주전을 앞두고 유리한 발판도 놓았다. 차세대 원전은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산업을 잇는 신수종 사업이라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너무 경직돼 보이는 게 걱정이다. 자국 내에서 '원전 제로'를 지향하는 나라에 해외 원전시장인들 선뜻 문을 열어주겠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내의 탈원전과 수출은 별개라며 무어사이드 수주전도 측면 지원하긴 했다. 그러나 마지막 원전 수출이 안 되려면 더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이 염려된다면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부터 문을 닫아야지 안전기술이 강화된 차세대 원전 건설을 포기할 까닭은 없다.

더욱이 원전시장은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만드는 블루오션이다. 탈원전 찬바람으로 연구인력과 부품 조달 등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고사시켜선 안 된다. 세계 최초로 원전을 세웠던 영국이 우리에게 손을 내민 배경이 뭘까. 1995년 이후 신규 원전을 중단하는 바람에 기술인력의 대가 끊긴 결과다. 우리에게도 벌써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원전 관련 기업이 최근 원전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한다. 원전기술 인재들의 해외이탈 징후는 더 심각하다.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로 갈 경우 한국형 원전기술 노하우가 통째로 유출될 공산이 커서다.

지금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은 원전을 다시 늘리거나 원전 축소계획을 재고하는 추세다.
얼마 전 방한했던 스티브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독일의 탈원전 정책을 본받지 말라고 충고했다. 바야흐로 세계적으로 원전 신르네상스가 열리려는 차에 우리가 석탄발전을 늘려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고 있는 독일을 뒤쫓을 이유는 없다.
지나친 탈원전 드라이브로 어렵사리 쌓은 원전기술을 사장시키는 역주행은 더욱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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