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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축의금 5만원, 작은 결혼식 이어지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2 17:00

수정 2017.12.12 17:00

남을 위한 허례허식 버리고 혼인의 진정한 의미 찾아야
공직자 등에 대한 경조사비 상한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아진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1일 전원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5만원이던 선물비 한도는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높아진다.

환영할 일이다. 우리 국민이 지난해 경조사비로 쓴 돈은 무려 7조2700억원이나 된다. 가구당 평균 50만8000원 꼴이다.
서민 가계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과다한 경조사비가 허례허식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예비 부부의 결혼비용은 집값을 제외하더라도 1인당 평균 4600만원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0~3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과도한 혼수 부담으로 젊은 세대가 빚을 안고 결혼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아예 결혼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이런 과시형 결혼문화에 대한 반성이 신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만 초대해 소박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젊은이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허례허식은 빼고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린 검소하고 작은 결혼식을 추구한다.

그러나 아직은 생각에 머물고 다수는 여전히 호화로운 결혼식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서 미혼자의 79.6%가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로 기혼자 중 작은 결혼식을 한 비율은 5.4%에 그쳤다. 젊은 세대의 인식의 변화를 사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비 신랑.신부가 작은 결혼식을 하려고 해도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작은 결혼식장을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부모가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 입장에서 일생동안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낸 축의금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의금 등 장례문화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상호부조의 정신이 퇴색하고 대신 원금회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업주의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요즘 세태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과다한 혼수.예물.예단을 마련하는 풍토는 이제 버릴 때가 됐다.
결혼은 부모의 재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이 모여 새출발하는 신랑과 신부를 축하하는 작은 결혼식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경조사비 축소가 그런 인식과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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