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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달군 ICT 역차별 논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겠다는 '뉴 노멀법' 더 큰 족쇄 될라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2 18:56

수정 2017.12.12 18:56

국감 계기로 '역차별' 수면 위로
이해진 "구글 세금 안낸다" 발언후 정부서도 문제해결 공감대 확산
국회가 내놓은 법안 놓고'갸우뚱'
국내외 인터넷 기업에 동일 규제
구글이 한국 매출 공개 안하는 한 국내 기업에만 족쇄 더해지는 셈
올해 인터넷 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기업 사이에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규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빗대어 표현됐다. 이에 따라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일제히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도 역차별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범정부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격인 국회에선 오히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불평등만 키울 우려가 있는 법안이 제출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정보통신기술(ICT) 뉴노멀법'이다. 이 법안은 국내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법 집행력이나 실효성을 감안하면 국내 인터넷 기업만 더욱 옥죄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불러 일으켰다.

[올해를 달군 ICT 역차별 논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겠다는 '뉴 노멀법' 더 큰 족쇄 될라


■역차별 이슈 본격 수면 위로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국감이 계기가 됐다. 국감 이전에도 역차별 문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발언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구글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이 창업자는 지난달 국감에서 "(구글이 국내에서)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며 "고용도 없고 최근에는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즉각 반발하면서 국내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반박에 다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국내 매출을 밝히라며 공개적으로 질의를 했다. 이후 구글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구글이 국내에서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국내에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다. 따라서 구글이 국내에서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기준 2조5920억원의 매출을 올려 법인세로 2746억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정부-국회, 역차별 다른 목소리

정부는 국감 전부터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역차별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범정부 TF를 가동하고 있다.

범정부 TF에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세회피, 통신망 사용료 등 부처별로 대응하던 역차별 문제를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유 장관은 지난 8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기업과 국내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동안 준비가 미진했다"면서 "지금부터 준비해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9월부터 범정부 TF가 운영되고 있다.

국감에서도 역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의지를 재확인 했다. 유 장관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기업이 역차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도 역차별 해소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6일 정책과제 발표 자리에서 "동등한 규제를 할 수 없으면 국내 기업에도 규제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국내 기업이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해외 기업도 규제를 받아야 하고, 규제 실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제공조와 법 개정 등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노멀법, 역차별 심화 우려

하지만 국회에 발의된 뉴노멀법은 이같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 뉴노멀법은 글로벌 기업도 국내 인터넷 기업과 동일한 규제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뉴노멀법이 오히려 국내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역차별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세금 문제의 경우 뉴노멀법을 구글코리아에 적용하면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구글은 모든 매출을 미국 본사에서 관리하면서 국가별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있다. 세금을 매길 근거가 되는 매출을 파악하기 어려운 셈이다. 실제로 10월 국감에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여러 서비스에 대해 지역별로는 매출을 발표하지만, 국가별로는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본사에 대한 적용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미FTA 등에 따라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글로벌 기업에 대한 법 집행력이 약해 역차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규제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미래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 보다는 실질적인 법 집행력 강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구글이 국내에서 일으키는 매출에 대한 조사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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