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감에 사직서 제출하니...‘인수인계’ 내세워 반려
-‘다신 발 못 붙이게 하겠다’ 이직 빌미로 협박도
-‘다신 발 못 붙이게 하겠다’ 이직 빌미로 협박도
양복 안주머니에 사직서를 들고 다닌다는 말은 직장인의 애환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퇴사'도 쉽지 않다. 직장 내 ‘갑질’ 등 여러 사유로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지만 인수인계 등을 내세워 사직서를 반려하는가 하면 동종업계 이직을 막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모욕감에 사직서 제출...‘인수인계’ 핑계 반려
“XX, 술도 제대로 못 따르고 잘 하는 게 뭐냐”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연구직 2년차 A씨는 최근 송년회 술자리에서 직장 상사에게 폭언을 들었다. A씨가 얼굴을 찌푸리자 곁에 있던 상사는 손으로 목덜미를 조르고 다른 상사 역시 “얼굴 펴. 한 대 맞을래?”라며 팔꿈치로 어깨를 쳤다.
근로기준법상 회사는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따라서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자들은 언제든 사직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가 사직의사를 전했는데도 회사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1개월 뒤 사직효력이 발생한다. 근로자가 사직할 때 업무를 인수인계할 의무도 없지만 민법상 근로자 사직이 회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사용자는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이상혁 한국노총 법률팀 노무사는 “퇴사마저 근로자가 불합리한 경우를 겪기도 한다”며 “회사가 비밀유지 각서를 쓰도록 하고 쓰지 않으면 사직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에 관한 어떤 민사상 소송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사용자가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신 발 못 붙이게 하겠다" 협박
“너 같이 이기적인 X 처음 본다”
대기업 영업직 B씨가 건넨 사직서에 본부장 C씨는 분노감을 드러냈다. B씨는 직장 4년차다. 그는 업계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했지만 승진이 미뤄지자 이직을 결심,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본부장 C씨의 돌변이었다. C씨는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가 있느냐”며 “회사 나가면 (업계에) 발 못 붙이도록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사직서를 다시 제출했다. 사직 이틀 전 C씨는 “인수인계도 안 하고 누구 마음대로 회사를 나가느냐”며 7일 더 일하라고 지시했다. B씨는 따를 수밖에 없다. 그는 “이 바닥은 좁다”며 “동종 업계로 이직하는데 나중에 레퍼런스콜(평판조회)이 올 때 상사가 악담할 것 같아 꾹 참았다”고 설명했다.
근로자의 동종업계 취업 자체를 막으려는 회사도 있다. 이직하면 평판조회를 빌미로 협박하는 식이다. 평판조회는 회사가 경력직 채용시 이전 직장에 채용자 평판을 묻는 과정이다.
김민아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취업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든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통신을 해서는 안된다”며 “악의적으로 이전 직원을 말할 때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 이직금지 각서를 받고 어길 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평판조회가 근로자 권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413명을 대상으로 ‘경력직 채용 시 평판조회 현황’ 조사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3곳은 경력 채용 시 평판조회를 실시했다. 또 평판조회로 불합격을 준 경험은 무려 69.8%가 ‘있다’고 답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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