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전통주 '삼양춘' 만드는 송도향전통주조 강학모 대표
10년 넘게 공방서 연구 개발하다 작년 인천 남동공단으로 이전
제조과정 효율화로 생산량 5배 늘어
비싸고 지방에 가야 산다는 편견 깨.. "양질의 전통주 대중화 자신 있다"
"'삼양춘'을 만들며 양질의 전통주를 대중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설비를 갖춰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통주를 만들어 나가겠다."
고급 전통주 '삼양춘'을 만드는 송도향전통주조의 강학모 대표(사진)가 밝힌 자신의 포부다. 인천 남동공단 엘아이지지식산업센터 소재 송도향전통주조 본사에서 만난 강 대표는 "전통주, 곡주하면 '저렴하지만 숙취가 강한 술' 또는 '너무 비싸고 지방에 가야 있는 술'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을 바꿀 자신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10년 가까이 공방 형식으로 전통주를 연구 개발하던 강 대표는 지난 8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인천 남동공단으로 이전했다. 강 대표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제조과정이 효율화돼 공방 형식으로 생산할 때보다 생산량이 5배가량 늘어났다"며 "설비투자가 된다면 현재 시스템으로 10배 가까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주를 제조하는 대부분의 업체는 산속으로 들어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술을 만든다. 송도향전통주조처럼 공단에 들어가 전통주를 제조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강 대표는 전통주의 현대화, 대중화에 자신감을 갖는다.
송도향전통주조가 만드는 삼양춘이라는 전통주는 조선시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살던 사대부 양반들이 즐기던 술이었다. 일종의 조선시대 귀족주였던 셈. 삼양춘은 '세 번 빚는다'는 의미의 '삼양(三釀)'과 '술은 겨울에 빚어서 봄에 마셔야 맛있다'라는 의미를 가진 '춘(春)'이라는 한자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춘(春)'은 예로부터 고급 발효주에 붙여져 왔고 특히 세 번 빚는 전통주를 춘주라 했다.
실제 삼양춘은 세 번 빚는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술이 대부분 한 번만 빚고 제품화되는 것과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다. 첫 번째 담금에서는 멥쌀가루에 끓인 물을 부어서 범벅을 만든 후 식힌 범벅에 전통누룩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3일간 발효시킨다. 두 번째 담금에선 다시 범벅을 만들어 첫 번째 담금에 넣어서 섞어 치대고 다시 2일간 추가로 발효시킨다. 마지막 담금에선 찹쌀이나 멥쌀로 고두밥을 짓고 이 고두밥을 다시 두 번째 담금에 섞어 치대고, 약 50일간 추가 발효 과정을 거친다.
세 번을 빚고 100일 동안 완전숙성 과정을 거친 프리미엄 발효주이기 때문에 일반 곡주와 달리 뒷맛이 깨끗한 편이다. 원료로 인천강화섬쌀, 전통누룩, 물 3가지만 사용하고 인공첨가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약주를 먹을 때는 와인 잔으로 마시는데 잔 바닥에 깔리게끔 부어서 여러 번 돌린 후 마시면 고유한 천연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입안에서 3번 정도 돌려서 마시면 부드러우면서도 알싸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천광역시 제1호 지역특산주로 지정돼 지난 2015년 인천송도 국제교육포럼에서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삼양춘 전통주점을 운영하면서 시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인천 남공동단으로 이전한 것도 주점에서 삼양춘이 굉장히 가능성이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제 전통주도 산속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시장을 생각해야 한다"며 "주점은 일종의 안테나 숍"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가 주점을 함께 운영하며 느낀 것은 전통주의 타겟층이 생각보다 젊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 드신 분들은 어려웠을 때 저렴하게 먹었던 곡주를 생각해 '막걸리가 왜 이렇게 비싸냐'라는 반응을 내 놓는다"며 "이에 반해 젊은 세대들은 와인이나 위스키 등 서양의 프리미엄 술에 친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고급전통주를 와인처럼 생각해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갈수록 전통주의 가능성은 높아지는 중이다. 지난 7월 전통주진흥발전법에 의해 전통주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오픈마켓에서 판매 가능해졌다.
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재벌 총수들과의 만찬 그리고 지난 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잇따라 전통주를 선보이며 전통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의 전통주 육성의지를 볼 수 있어 기대된다"며 "1988년까지 약 100년간 전통주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고급주를 만들 수 있다. 와인에 뒤지지 않는 고급전통주를 대중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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