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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비트코인 선물거래, 어떻게 봐야 하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9 16:58

수정 2017.12.19 16:58

[한미재무학회칼럼] 비트코인 선물거래, 어떻게 봐야 하나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가상통화 비트코인의 선물거래가 시작됐다. 선물거래는 만기(주로 석달 미만)에 비트코인과 달러를 교환하는 계약이다. 가격은 거래 시점에 정해진다. 따라서 한 달 뒤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것으로 예측되면 실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대신 담보금을 적립하고 선물을 매수 또는 매도함으로써 만기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려면 비트코인 거래계좌를 열고 구입한 코인을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선물은 이런 부수적인 필요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또 선물거래는 실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거래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선물거래는 사고파는 거래가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정보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일단 선물거래가 이뤄지면 언제든 손쉽게 반대거래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선물거래의 본래 목적은 위험 관리다. 예컨대 농산물 가공업자가 미래에 필요한 옥수수를 조달할 때 값이 오를까 걱정이라면 옥수수 선물거래를 통해 미래가격을 확정할 수 있다. 또 수출업자가 미래에 달러를 받기로 되어 있다면 달러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미리 정해진 가격에 달러를 매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달러선물계약이다.

지금 비트코인은 최종 결제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화폐가 아니다. 금융자산으로 보기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금융자산은 기대되는 현금의 예측을 통해 내재가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투자로 여기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동기는 두 가지다. 첫째는 돈세탁이다. 중국 사람들의 많은 거래가 이런 종류에 속한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세계 어디서나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고, 어떤 화폐로든 전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축적한 부나 비자금을 규제가 없는 곳으로 도피시키는 데 최적이다.

두 번째는 투기심리다. 급격히 늘어나는 수요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비트코인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투기심리를 자극하게 됐다. 한국에서 이런 투기심리가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내재가치가 없고, 일반화폐처럼 교환의 매개로 쓰이기보다는 투기와 돈세탁의 방편으로 쓰이는 비트코인에 대해 선물거래를 시작한 것은 본래 선물거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발상이다. 더 많은 투기자를 끌어들여 수익을 올리려는 거래소의 계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선물거래를 허가했다는 것은 의외다. 미국 선물거래자협회는 이런 결정에 대해 비트코인의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다른 곳에선 정상화폐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에는 별 차이가 없다. 어차피 현재의 가상통화는 통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10% 이상 등락하는 매개를 기준으로 어떻게 가격을 형성하고 정상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화폐는 신용을 바탕으로 한 교환의 매개체이다. 가상통화가 투기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고 단지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될 날이 올 것이다. 가상통화의 기본이 되는 블록체인이 온라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많은 위험도 해소해 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가상통화 거래는 사람들의 투기심리를 조장하는 수단이 되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런 때 한국 정부의 조치는 사실상 방관에 가깝다.


변석구 베일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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