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온라인 무법지대] 선정적 ‘벗방’ 난무… 처벌 피하는 개인방송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0 17:32

수정 2017.12.20 17:32

(상) 선정적 ‘벗방’ 난무… 처벌 피하는 개인방송
통신사업자 분류 처벌근거 없거나 미약
女BJ 마스크 쓴 채 음란행위
경찰.방심위 단속에도 방송 플랫폼 제공 업체엔 시정요구.자율규제 권고 그쳐.. 실효성 있는 규제 시급 지적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각종 유해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방송의 자극적·선정적 음란화는 이미 수위를 넘었고, 게임 채팅창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성희롱이 이어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은밀한 마약거래까지 이뤄지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런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없거나 미약한 경우가 많아 온라인 공간이 점점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일상화된 인터넷, SNS 등의 홍수시대에 사실상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공간을 집중 살펴봤다. <편집자주>
인터넷방송의 자극적·선정적 음란화가 이미 수위를 넘어 온라인 공간은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연합뉴스
인터넷방송의 자극적·선정적 음란화가 이미 수위를 넘어 온라인 공간은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20대 여성 브로드캐스팅자키(BJ)가 마스크를 쓴 채 옷을 하나둘 벗는다. 채팅창에는 각종 음담패설이 난무하고 BJ는 시청자들에게 맞춰 성적인 대화를 나눈다. 나체로 춤을 추던 BJ는 시청자들의 사이버머니 선물이 잇따르자 자위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경찰은 해당 BJ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방송을 영구 정지시켰다. 하지만 인터넷방송 업체에 대한 형사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터넷 개인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일부 BJ가 옷을 벗고 은밀한 신체부분을 노출하는 일명 '벗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경찰과 방심위의 단속에도 아프리카TV, 판도라TV, 라이브스타 등 방송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벗방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분별하게 난무하는 벗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인터넷방송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업자 분류, 강제성 없는 시정요구가 전부

20일 방심위에 따르면 음란물을 유통한 인터넷방송 업체에 대해서는 시정 요구나 자율규제 권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고 권고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심위가 지난해 실시한 인터넷 개인방송 심의는 총 718건으로 전년도 257건에 비해 급증했다. 이 중 방심위가 시정을 요구한 것은 이용정지 34건, 이용해지 17건, 삭제 4건 등 총 55건에 불과했다. 자율규제를 권고한 것도 36건에 그쳤으며 각하는 13건, 기각은 3건이었다. 나머지 611건은 해당없음으로 결론 났다.

해당없음이 대부분인 것은 현행법상 음란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에는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방심위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는 '남녀의 성기, 음모 또는 항문 등 특정 성적부위 또는 성적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 또는 묘사하는 내용'만 심의대상으로 적시돼 있다. 애매한 음란의 개념으로 인해 규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 방심위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인터넷방송 업체가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는 것이 문제다. 방송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제를 받고 있어 사업자 신고 외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방송법상 규정된 '음란.퇴폐 또는 폭력을 조장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인터넷방송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아무래도 방송과는 규제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시정요구가 법적인 강제성도 없다"고 말했다.

■고의성 없으면 형법 적용 어려워…경찰 단속도 한계

형사처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현재는 주로 BJ 등 음란행위자에 대한 처벌만 이뤄지고 인터넷방송 업체는 과태료 처분 등 행정처분만 받는다. 음란물 등을 의도적, 고의적으로 유통하지 않은 이상 사업자에 음란물 방조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방송플랫폼만 제공했을 뿐 벗방을 하는지 몰랐다고 하면 사법처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플랫폼에 대한 형사처분이 불가능하면서 BJ들이 방송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다른 플랫폼을 통해 벗방을 이어가는 악순환이 가능하다. 일부 방송의 경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추적이 어렵다. 인터넷 개인방송 특성상 방송이 송신된 후에나 음란물 유통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경찰은 "인터넷방송이 너무 방대하고 관련 법 규정도 애매해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방심위도 방송 정지 조치를 내리는 수준일 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전했다.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자정 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수준에 그쳐 인터넷에서도 유해성을 판단하고 제재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관계부처 간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까지 인터넷방송은 제도권 밖에 있어 법망을 피해갔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해 이들도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거대 언론처럼 됐다"며 "방심위와 협의해 인터넷방송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