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키워드로 본 2017 식품시장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4 13:33

수정 2017.12.24 13:33

2017년 정유년 식품 및 음료업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극복해야 했다. 살충제 계란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사상 초유의 계란 파동을 일으켰다. 1인가구,욜로,가치소비 등의 소비환경과 트렌드 변화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올해도 진화를 거듭하며 고속성장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파이낸셜뉴스는 24일 올해 식품업계를 달군 주요 이슈를 되집어 봤다.

■중국의 사드보복 후폭풍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 내 입지가 높았던 현지 진출 식품대기업들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
오리온은 사상 초유의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농심도 상반기에 28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봤다. 하지만 끈질긴 마케팅 전략과 양국간 사드보복 철회 방침이 정해지면서 하반기들어 속속 정상화됐다. 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오리온의 경우 올 들어 2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중국법인 3·4분기 매출이 전분기보다 104.0%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오리온은 ‘오!감자 크런치’, ‘큐티파이 레드벨벳’ 등 신제품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매출 정상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양식품도 3·4분기 중국 수출액이 분기 사상 최고인 284억원을 달성했다. 중국 사업 비중이 큰 농심 역시 상반기 중국에서 28억3478만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흑자전환이 확실시된다.

■가정간편식 시장의 진화
올해는 1~2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성장뿐 아니라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주부들의 간편식 소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에 식품업계는 반조리 간편식과 상온 간편식 등 보다 편리하고, 맛좋은 간편식을 선보이는데 주력했다.

CJ제일제당은 서양식 간편식 브랜드 '고메'의 상온 브랜드를 출시하고 메뉴를 확대 중이다. 고메 상온 간편식은 12월에 누적 매출 60억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 역시 지난 8월 간편식 브랜드인 피코크를 통해 상온 간편식으로 국밥 2종을 출시하며 상온 간편식 시장 확대를 선언했다. 현재 간편식 시장의 70%가 냉동·냉장 간편식이고 30% 상온 간편식의 대부분인 커피, 음료, 과자인 상황에서 밥, 국 등으로 상온 간편식 시장 확대를 선언한 것. 이마트는 올 연말까지 상온 간편식 제품 100종 확대를 계획하는 등 상온 간편식 시장 선점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를 넘어 외식업계, 백화점,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의 신규 간편식 브랜드 출시와 이색 간편식 제품도 잇따랐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배달 아주머니들이 직접 배송해주는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을 론칭했다. 간편식의 종류도 밥·국·탕을 넘어 다양화 되고,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채널도 간편식 시장에 연이어 진출하고 있다.

■제과업계 '1000만봉 메가히트 상품' 재현
2014년 메가히트 상품으로 기록된 '허니버터칩' 출시 이후 제과업계는 한동안 눈에 띌 만한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출산율 감소에 따라 과자 주 소비 계층인 아동의 숫자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신제품을 출시해도 증가하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2016년에는 제과 업계 히트 상품의 판단 기준 중 하나인 1000만봉을 돌파한 신제품 과자가 1개 제품도 없었다.

올해는 오리온의 '꼬북칩'과 해태제과의 새우맛 과자 '빠새'가 1000만봉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 가장 먼저 1000만봉을 돌파한 제품은 오리온의 꼬북칩이다. 꼬북칩은 올 3월 출시된 이후 4개월 뒤인 7월에 1100만봉을 넘어섰다. 출시 이후 하루 10만 봉이 팔린 셈이다. 해태제과의 새우 스낵 빠새는 지난 11월 말 기준 출시 후 6개월 마네 총 1300만 봉이 팔리며 1000만봉을 넘어섰다. 특히 해물맛 과자로 지난 3년간 부동의 1~3위였던 새우깡, 오징어 땅콩, 자갈치 트로이카 중 자갈치를 밀어내며 올해 해물 과자 순위 3위에 들었다.

■수제·지역맥주 주류시장에 돌풍
지난해 맥주 시장을 '수입맥주'가 강타했다면 올해는 다양한 맛과 향을 갖춘 수제맥주의 인기가 거셌다. 수제맥주는 2010년 초에 이태원, 홍대 지역에서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다 올해를 기점으로 그 규모를 키웠다. 특히 2014년 4월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 맥주 시장의 시초가 됐다. 주세가 낮아지면서 최근 3년간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매년 100% 성장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수입맥주 연평균 성장률인 30%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4조6000억원으로 수제 맥주 시장은 2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어갈 경우 10년 후에는 10%대로 점유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는 강서맥주, 전라맥주 등 국내 최초로 지역명을 딴 다양한 수제 로컬 맥주들이 등장했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최초로 지역명을 딴 '강서 마일드 에일(강서 맥주)' 등을 출시했다. 특히 세븐브로이 맥주의 경우 지난 7월 열린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 자리의 만찬주로 선정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등 안전불감증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식품 안전에도 소비자들의 큰 관심이 쏠렸다. 지난 8월 국내산 계란에서 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계란 가격 인상, 소비자 불안 등이 가중된 것. 살충제 계란 문제가 첫 보도된 이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문제가 된 계란을 전량 빼는 바람에 한 때 계란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이 우려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별로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으나 검사 항목 누락, 안일한 대처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기도 했다. 특히 정부가 친환경인증을 한 일부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발견되며 전반적인 국내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으로 홍역을 앓았지만 성숙한 소비자 의식과 업계의 극복 노력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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