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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레저] 떠오르는 해는 내게 말한다…"올해는 다 잘될거야"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8 20:36

수정 2017.12.28 20:36

가족과 함께 떠나는 전국의 해맞이 명소
해 맞으러 가는 길, 숨막히는 풍경은 덤
[yes+ 레저] 떠오르는 해는 내게 말한다…"올해는 다 잘될거야"

[yes+ 레저] 떠오르는 해는 내게 말한다…"올해는 다 잘될거야"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너머 산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박두진의 '해')

각종 사건.사고가 유달리 많았던 정유년이 저물고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해는 매일 뜨고 지지만 12월 31일과 이듬해 1월 1일에 뜨고지는 해는 모두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기에 특별하다. 해넘이야 세밑 어느 때나 날을 잡고 다녀올 수 있지만 신년 해맞이는 1월 1일 딱 그날에 맞춰 다녀와야 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해맞이 명소엔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먼길을 달려온 이들은 이른 새벽부터 어둠을 뚫고 나올 붉은 해를 기다린다. 송곳 같은 맹추위에 두 발을 동동 구르며 해맞이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한 해의 마지막날에 밤새도록 달려 새해의 첫날을 맞기 위해 찾아가는 정성이 놀랍다.


새해 첫날 바다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본다면 보람이라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바다 너머로 떠오르는 손톱만 한 해를 보거나 연무가 짙게 껴 해를 맞이하지 못하는 경우도 제법 많다.

그럼에도 매년 1월 1일 새벽,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이 일출 명소마다 넘쳐나는 것은 그들이 보려고 하는 것이 해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해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은 거의 대부분 연인, 친구 그리고 가족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이들에게 새해 첫날의 해돋이를 함께 하는 것은 '함께한다'는 연대감을 확인하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새해를 맞으며 느끼는 강력한 연대의식이야말로 신년 해맞이 명소를 찾아가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곳곳에서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다. 한 해의 묵은 때를 가는 해에 태워 보내고 새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새 희망을 꿈꾸는 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못내 이루지 못한 소망과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미련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희망찬 새해를 설계해보자.

새로 개통한 경강선 KTX를 타고 찾아갈 수 있는 강원 강릉 정동진은 국내 대표 일출 여행지다. 선박 모양의 건물 너머로 떠오른 태양이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다.
새로 개통한 경강선 KTX를 타고 찾아갈 수 있는 강원 강릉 정동진은 국내 대표 일출 여행지다. 선박 모양의 건물 너머로 떠오른 태양이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다.


경강선 KTX 타고 한달음에 강릉 정동진

새해 첫날에만 30만~40만명이 몰려드는 대한민국 대표 일출 여행지 중 하나다. 최근 개통한 경강선 KTX를 비롯해 서울~양양 고속도로로 교통편이 한층 나아지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동해안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무원 6명이 일하던 정동진역을 일약 전국구 스타로 만든 것은 드라마 '모래시계' 덕분이다. 드라마에 정동진역이 배경으로 나오면서 일출 명소로 급부상했다. 이후 대표적인 청춘 여행지이자 해맞이 명소로 거듭났다. 당시 젊은이들은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밤새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떠났고 해맞이를 하며 한 해의 포부를 다짐했다. 기네스북에서도 인정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정동진역에서 바라보는 해맞이는 장관을 이룬다. 선박 모양으로 지어진 횟집 건물 옆으로 벌건 해가 순식간에 떠오른다.

새해 첫날 해맞이 명소엔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보려고 하는 것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만은 아닐 것이다. 경북 포항 호미곶 '상생의 손' 너머로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새해 첫날 해맞이 명소엔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들이 보려고 하는 것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만은 아닐 것이다. 경북 포항 호미곶 '상생의 손' 너머로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상생의 손'과 함께 하는 포항 영일만 호미곶

경북 포항 호미곶은 조형물 하나로 일출 명소로 우뚝 섰다. 지난 2000년 호미곶에 세워진 '상생의 손'은 하늘로 뻗친 거대한 손이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육중한 청동 덩어리는 해돋이가 펼쳐지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수평선에 우뚝 솟아오른 해가 손아귀에 들어간 이후 하늘로 둥실 떠오른다. 태양을 거머쥔 손의 이미지는 다른 해돋이 명소에선 느끼지 못하는 강렬함을 선사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우려로 전국 일출 명소마다 새해 첫날 행사가 취소됐지만 한반도 동쪽 끝 경북 포항 호미곶 새천년 광장에선 예정대로 호미곶 한민족해맞이축전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새해 일출을 감상하면서 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포항 시민을 한껏 응원했던 국민에게 감사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축제로 진행된다.

'소망 우체통'에 꿈을 부치세요 울산 간절곶

2018년 새해 첫 해는 오전 7시26분 독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후 7시31분 울산 간절곶과 방어진을 시작으로 내륙지방에서도 일출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간절곶은 독도를 제외하고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장소다. 먼 바다에서 바라봤을 때 긴 장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간절곶을 특별한 일출 명소로 꼽는 이유는 비단 일출 시간 때문만은 아니다. 해안가에 우뚝 솟은 5m 높이의 '소망 우체통'이 여행객을 맞이하며 새해 분위기를 한껏 달군다. 새해의 소망을 적어 놓은 엽서를 우체통에 넣으면 원하는 주소로 배달된다. 일출 포인트는 우체통 너머 우뚝 서있는 간절곶 등대다. 지난 1920년 처음 세워진 이후 지금까지도 등대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등대다. 등대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전혀 없어 해맞이에 안성맞춤이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해돋이 울릉도·독도

울릉도 일출 명소로는 동쪽에 위치한 내수전 일출전망대와 저동항, 망향봉에 있는 독도전망대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내수전 일출전망대를 울릉도 해돋이 장소 가운데 첫손으로 꼽는데, 수평선 너머로 붉게 물든 장엄한 일출과 함께 저동항, 북저바위, 죽도와 섬목까지 주변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 일출과 함께 붉게 물드는 성인봉의 풍경도 놓칠 수 없다. 일출을 감상한 이후에는 울릉도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수전에서 섬목을 잇는 육로 관광이 대표 코스이며 사자바위, 거북바위, 공암, 송곳봉, 노인봉, 만물상, 대풍감, 삼선암, 관음도 등 30㎞가 넘는 해안도로 곳곳에는 울릉도가 품고 있는 절경이 여행객들을 기다린다.

북녘땅 너머서 떠오르는 해 백령도

백령도는 해돋이 경관도 아름답지만 북녘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는 사실에 남다른 감회를 제공한다. 백령도에서 일출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는 용기원산, 용기포 등 섬 동쪽 구역이다. 용기원산은 그동안 군사 지역이었지만 정자를 마련하는 등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인천에서 백령도까지 200㎞가량 뱃길로 이동해야 하는 반면 백령도 용기원산에서 황해도 장연군까지는 불과 10㎞ 거리에 불과하다. 용기원산은 해돋이 이외에도 서해의 해넘이가 장관이다. 인적이 드문 초소에는 근무하는 군인들만 보일 뿐 관광지의 흔한 번잡함이 없다. 다만 백령도는 겨울 날씨의 변동이 심해 해돋이 감상을 위해선 기다림이 필요하다. 해돋이를 마친 뒤에는 '서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두무진의 기암괴석 등 해변 풍경을 감상하면 좋다.

해안절벽 비경서 맞이하는 새해 가거도

전남 신안군 가거도로 가려면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 가량 걸린다. 차량을 싣고 갈 수 없고 대중교통도 없기 때문에 마을 주민의 트럭을 얻어 타거나 두 다리로 걷는 것이 유일한 여행 방법이다.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로 가는 길은 편치 않지만 감동적인 비경이 보상해준다. 일출을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1구 대리마을에서 동개해수욕장, 김부연하늘공원, 땅재전망대를 지나 해뜰목에서 해맞이를 하고 능선조망대, 샛개재를 거쳐 마을로 돌아오면 된다. 마을에서 해뜰목까지는 한 시간 거리 정도다. 새벽 산행이 부담스러우면 방파제 앞에서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면 된다. 해가 떠오르면서 시시각각 바뀌는 마을의 풍경과 항구의 새벽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섬 가운데 솟아오른 독실산과 가파른 해안절벽이 만들어낸 풍광이 여행객의 마음을 흔든다.

국토 최남단서 빌어보는 새해 소원 마라도

수평선 너머로 넓게 드리운 잿빛 구름을 헤치고 붉은 기운이 솟아오른다. 차분하게 두 손 모으고 새해 소원을 빌기 시작하면 잠시 후 하늘의 붉은 기운이 황금빛으로 변하면서 장관을 이룬다. 마라도를 지키는 국토 최남단비가 새해 아침의 햇살을 받으면 회색빛에서 금빛으로 바뀌면서 한껏 빛을 낸다. 장군바위도 붉게 타오르는 햇살에 비치며 기지개를 켠다. 작은 섬을 포근하게 뒤덮고 있는 누런 풀밭도 타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부드럽게 몸을 일으킨다.
마라도 해돋이를 감상한 뒤에는 섬을 한바퀴 둘러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등대공원, 할망당, 선인장 자생지, 마라분교, 교회와 성당 등을 돌아보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짜장면으로 허기를 채운다.
본섬으로 나가기 위해 배를 타면 바다 건너로 흰 눈에 쌓인 한라산이 장관을 이룬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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