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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위, 경제난 규탄에서 반체제로 확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4:02

수정 2018.01.01 14:02

이란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이번 시위는 한국 촛불시위처럼 어떤 조직도 지도부도 없이 이란 곳곳으로 시위가 번지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실업률 등 경제난에서 출발한 시위는 이제 최고지도자를 공격하는 구호가 나오는 등 반체제 시위로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의 시아파 본산인 마샤드 시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시위는 수도 테헤란 등 이란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반체제 시위 양상으로 바뀌었다. 2009년 대통령 선거조작을 규탄하는 시위 이후 10년만에 최대 시위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미 30일 이란 중부 로레스탄주 도르드 지역 시위에서 2명이 사망했으며 31일 밤 사이 10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
추가 사망자들이 숨진 지역이나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언론들은 일부 무장한 시위대가 경차서와 군기지를 점거하려고 했으나 군경이 이를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경제실정을 규탄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이전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며 10.5%로 뛴 인플레이션률, 10% 밑으로 좀체 떨어지지 않는 실업률 고공행진 등에 대한 불만이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시위대 구호에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공격하는 내용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반체제 시위로 확대된 것이다.

이란의 보도통제와 외신의 접근이 어려워 시위 관련 정보가 제한적인 가운데 WSJ은 시위 비디오에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이란 체제에 대한 반발이 등장했고, 일부는 곤봉과 물대포를 쏘는 보안군과 충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시위가 이전과 달리 뚜렷한 지도부가 없고,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해 각 주요도시로 퍼지는 이전 형태와 다르게 변두리 도시에서 시작해 테헤란 등 대도시로 확대되는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으로 최고지도자가 시위대 구호에 등장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대통령이 시위대 요구를 수용해도 최고지도자가 거부하면 끝이다.

워싱턴 랜드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알리레자 나데르는 "지금껏 본 이란 시위 가운데 가장 반체제적인 시위"라면서 "사람들은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개혁주의자인 모하마드 하타니 전 대통령이나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분노는 제도권 전체를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여론통제를 위해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했고, 시위 밀집지역에서는 전화선도 끊었다. 또 휴대폰부터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메신저 접속도 제한하고 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테헤란에서는 약 200명, 마르카지주에서는 100여명이 체포됐고, 시위 발상지인 종교도시 마샤드에서도 50여명이 체포됐다고 이란 언론들이 보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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