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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美 인플레이션 대비해야" 배런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3 11:11

수정 2018.01.03 17:01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올해에는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투자전문주간 배런스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우존스 산하의 배런스는 최근 분석기사에서 지난 수년간 전문가들의 인플레이션 예상이 빗나갔고, 2017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2018년에는 다를 것이라면서 속도는 완만하고 크게 높지도 않겠지만 물가가 꾸준히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준비하지 않은 투자자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도 충고했다.

GAM 인베스트먼츠의 래리 해서웨이는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의 인플레이션이 아마도 2018년 시장의 최대 위협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런스는 해서웨이를 포함해 이코노미스트들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고 연율기준 2.1%, 기껏해야 2.5%를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 심리를 바꾸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트래티거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돈 리스밀러는 "인플레이션 충격은 아주 큰 인플레이션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보다 조금 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도 2018년 인플레이션 공포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인플레이션, 왜 낮았나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포함해 경제성장 속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지금껏 전문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유는 옐런 의장이 지적했듯이 다양한 요인들이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유교역에 따른 값싼 수입품이 물가 상승을 억제했고, 은행들은 연준에서 지원받은 돈 모두를 시장에 푼 것이 아니어서 통화공급 효과 역시 기대에 못미쳤다.

또 기업들은 오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지출에 소극적이었고, 소매업종에서는 전자상거래와 가격비교 사이트 등의 여파로 가격을 끌어올리기 어려웠다. 온라인 업체와 경쟁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미 의류 가격은 1.3% 하락하기도 했다.

임금도 오르지 않았다. 미 노동조합이 유명무실해 노동자들의 임금협상력이 약화됐고, 세계화로 기업들은 해외이전을 협박하며 국내 임금상승을 억제했다.

노동자들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기업들은 높은 임금을 내걸고도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014년 유가 붕괴 여파와 강달러로 미 수입물가가 하락한 점이 더해지면서 미 인플레이션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았다.

■ 올해는 다르다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면서 연말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루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스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 52명은 2.1%를 예상했다.

연준도 근원 CPI가 1.9%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곳곳에서 탄탄한 물가상승 조짐들도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이 빠듯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스트래티거스의 리스밀러는 공급관리협회(ISM) 자료를 인용해 최근 수개월 납품업체들이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속도가 더뎌졌다면서 이는 납품업체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전년동월비 3.1%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임금도 더딘 오름세를 털어내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2.5%를 조금 넘던 상승률은 올해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인공고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 정책 역시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전망이다.

지난해 말 미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이 기업의 투자, 나아가서는 고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아직 의회에서 논란거리인 인프라스트럭쳐 투자가 현실화하면 인플레이션 탄력은 불가피하다.

또 최저임금 인상은 미 곳곳의 임금을 끌어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주의도 값싼 외국산 제품 수입을 억제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카너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로이드 카너 사장은 "무역전쟁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린다(inflationary)"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지난 여름 이후 15% 넘게 오른 원자재 가격, 전세계 동시 경제성장 역시 물가압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중동, 북한 핵위협을 비롯한 곳곳의 지정학적 돌발 변수 역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주식·채권 판도가 바뀐다
인플레이션은 주식, 채권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는 이전처럼 높은 주가수익배율(PER)은 기대하지 못한다. 지금같은 높은 PER은 거품이 되는 셈이다.

선트러스트의 수석 시장전략가 키스 러너는 1950년 이후 인플레이션과 PER이 연관성을 보여왔다면서 인플레이션이 2%를 넘어서면 PER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0~2%일 때는 상장사 PER 평균이 18.1배였지만 2~4%로 높아지면 PER 평균은 17.2배로 떨어진다. 인플레이션이 오를수록 PER은 계속 떨어진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상태인 -2~0%에서도 PER은 하락해 16.8배로 조사됐다.

채권은 더 큰 충격을 받는다.

나틱시스 투자운용의 데이비드 래퍼티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등급 채권 투자가 오래 지나지 않아 실패한 투자가 될 것이라면서 경제가 다시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한 채권투자는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근원 CPI가 1.7~1.9% 수준만 돼도 채권투자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봤다.


카너 캐피털의 카너 사장은 인플레이션은 "금융자산의 숙적"이라면서 "어떤 금융자산도 인플레이션 추세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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