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퇴사거부자 왕따·모욕 당해도 속수무책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6:59

수정 2018.01.01 16:59

"지하창고에서 일하라" 인사발령 낸 후 징계까지
모멸감 느껴 자진퇴사 유도 근로기준법 처벌 조항 없어
회사가 특정 직원을 퇴사시키기 위해 모욕적인 방법을 동원, 사실상 사직을 강요해도 근로기준법상 금지 및 처벌 조항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직 거부하자 왕따, 징계...

목재회사 과장 A씨는 입사 16년차에 명예퇴직을 강요당했다. A씨가 거부하자 회사는 "A씨가 애사심이 없고 직원과 융화가 부족하다"며 사직을 요구했다. A씨는 사직서를 내지 않고 버티는 것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마땅찮은데다 고용노동부에 구제를 요청할 수도 없었다. A씨가 끝까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자 압박은 더욱 커졌다.

회사는 A씨를 지하창고로 인사발령한 뒤 "회사 발전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A씨가 항의했지만 "지하창고도 총무과 관할이고 인사에 별 문제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가 1개월여간 지하창고로 출근하자 사측은 업무용 개인 컴퓨터(PC)를 없애고 개인 휴대폰도 보지 못하게 했다. 다른 직원과 대화도 차단했다. 회사는 이어 A씨가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가 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하자 회사는 밀린 임금 외에 위자료 3000만원과 실업 급여를 제시하며 화해를 청했다. A씨는 정신과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건강이 상해 회사 제안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1일 "사직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제절차는 법원에 정신상 손해를 들어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안 외에는 없다"며 "근로기준법상 권고사직 강요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고용부 신고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고를 위한 강요도 근로기준법 금지조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자가 직장 내 강요를 이유로 고용부에 고소할 수 있으면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위법, 부당하게 침해당했을 때 권리 구제를 근로감독관에게 알리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현재 강요, 협박은 일반 형법이 적용돼 고용부 산하 특별사법경찰인 근로감독관 수사가 아니라 경찰서를 통해 이뤄진다.

■폭행 아니면 고용부도 '난감'

권오병 노무사는 "최근 부당해고나 사직강요가 교묘하게 이뤄진다"며 "노동관계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근로자를 괴롭혀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자진퇴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에 근로자 권고사직을 위한 강요나 협박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는 게 중요하지만 현재 그같은 조항이 없다"며 "사내 강요나 협박에 대한 경찰 수사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도 자진퇴사를 위해 강요나 협박하는 행위에 대해 노동관계법을 적용, 처벌할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이유로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면 부당해고구제신청이나 해고무효확인소송으로 다툴 수 있지만 회사가 직원을 '왕따'시키며 자진퇴사를 유도하는 것은 법적으로 제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제8조(폭행의 금지)와 같은 폭행은 근로감독관이 수사할 수 있지만 심리적 모욕은 처벌조항이 없다"며 "근로감독관이 행정지도는 할 수 있겠지만 강제할 권한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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