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정의 규정도 없고 시장 동향 파악 수준에 불과
해외 연구 진행과는 대조적
가상통화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통화 대책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등에선 3년여 전부터 주요 공공기관이 꾸준히 연구를 진행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가상통화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만 앞세우다간 자칫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외 연구 진행과는 대조적
■가상통화 정부 주도 연구용역 없어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상통화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가상통화 기초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이 정책을 수립할 때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연구용역을 맡겨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지만 아직까지 가상통화 연구와 관련한 용역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가상통화 관련해서 내부 태스크포스(TF)가 있었다"며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모니터링하는 수준에서 운영됐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서비스국 전자금융과 산하에 가상통화대응팀을 신설했고, 이를 6개월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기초연구를 할만한 곳으로 거론되는 곳은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가상통화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고, KDI는 가상통화만을 따로 연구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투자수단 뿐만 아니라 화폐로서 본격 확산된다면 통화정책이나 지급결제 등에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려고 한다"며 "지금은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연구를 하려고 해도 데이터가 없다"며 "경제조사의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가상통화) 거래소 측이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체적 접근위한 연구 진행돼야
영국의 경우 영란은행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란은행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 발행 가능성을 시작으로 수년 동안 가상통화의 여러 방면을 살피고 있다.
구자현 KDI 박사는 "영국은 가상통화를 아직 지켜보자는 입장이긴 하지만, 영란은행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란은행은 전담팀을 구성해 블록체인과 가상통화가 어떻게 활용될지 실질적으로 시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관련 연구를 진행, 세계의 흐름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 학회장(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은 "자체연구나 연구용역을 통해 만든 백서 등을 근거로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부가) 민간 전문가들과 대화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법정화폐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가상통화를 무엇으로 볼 지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야 책임기관이 명확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인 교수는 "사실 시간이 상당히 많았는데 가상통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가격이 급등하며 시장이 확 커졌다"며 "가상통화는 미래의 금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를 하더라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현황과 문제점 파악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정부 쪽에서 나온 가상통화 관련 보고서를 보면 실체적인 접근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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