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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없이 맞는 첫 새해… 글로벌 경쟁서 뒤처지나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7:46

수정 2018.01.0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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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없이 맞는 첫 새해… 글로벌 경쟁서 뒤처지나

삼성이 총수가 없는 '1월'을 맞게 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까지 구속된 탓이다. 삼성이 총수 없이 새해를 맞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통상 1월은 신년사 또는 신년 경영계획을 통해 그해 경영 방향을 제시하고 임직원들에게 이를 전파하는 중요한 달이다. 특히 총수의 1월 발언과 행보는 한해 기업 경영 전반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까지 영어(囹圄)의 몸이 돼 삼성은 '선단장 없는 선단' 신세로 1월을 맞았다.


■삼성, 총수 없는 초유의 1월

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 2017년 2월 17일 구속영장이 발부 된 뒤 28일 구속 기소됐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구속 후 1년만인 오는 2월 5일 내려진다. 삼성은 총수 부재의 1월을 사상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경영에 조금씩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14년 하반기부터다.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이 회장의 와병 이후) 2014년 5~6월은 매일 (병문안을) 갔다"며 "여름부터는 슬슬 회사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횟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경영 전면에 나선 2015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1월은 가장 바쁜 달로 꼽힌다.

실제 2015년 1월 23일 이 부회장은 삼성을 대표해 한국을 방문한 왕양 중국 부총리와 회동했다. 당시 왕 부총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이틀에 걸쳐 개별회동을 가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동에서 "중국 지방 정부 및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 한.중 교류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9일에는 서울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의 신임 임원 만찬을 처음으로 주재했다.

2016년 1월에는 삼성 계열사들의 시무식에 참석해 경영 활동의 보폭을 넓혔다.

이 부회장은 그해 1월 4일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부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부품 계열사가 함께 진행하는 시무식에 참석했다. 5일에는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을 포함한 나머지 계열사를 방문했다.

28일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자신이 보유한 삼성SDS 주식 158만7000주(2.05%)를 매각했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 사업 등이 난항을 겪으면서 2015년 3.4분기에만 1조5000여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경영난을 겪어 유증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기존주주 미청약 물량이 발생하지 않아 유증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후 같은 해 2월 이 부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302억원 규모의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2018년, 총수부재 실감할 것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발목이 잡힌 것은 사실상 지난 2016년 11월부터다. 국정농단 사태로 검찰 조사 및 압수수색, 청문회 출석, 특별검사팀 수사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1월 이 부회장은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특검의 소환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등이 진행됐다.

결국 특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그해 2월 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17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28일 최종 구속됐다.

이 부회장이 없는 1월을 맞은 삼성은 안팎으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목표를 세우고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과거 삼성의 모습을 점점 찾기 힘들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삼성 계열사마다 '각자도생'하는 모양새다.

외부적으로도 삼성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최근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관련해 반독점 조사 가능성 등을 잇달아 내비치면서 본격 견제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개입'한 형국이어서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알수 없다. 문제는 위기가 다가오지만 그 누구하나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은 수년 전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의 결과물"이라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전자가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데 이는 곧 '도태'를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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