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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이미지 연출한 北김정은 '통남통미'으로 전환...文대통령 '평창구상' 탄력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9:31

수정 2018.01.01 19:31

北김정은 '자신감'과 '부드러운 이미지'로 연출
평창구상 2~3개월 시계로 계속 진행형인 북핵 위협 제어가능한가 
무술년 새해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가 방송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무술년 새해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가 방송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1일 오전 9시30분 조선중앙TV에 나타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은 한 마디로 핵무력 완성에 따른 '자신감의 피력'으로 요약된다.

김 위원장은 강한 지도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주로 입었던 어두운 색깔의 양복 대신, 이날은 이례적으로 밝은색 계열인 회색 줄무늬 양복에 비슷한 색상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또 안경 역시 지난해엔 검은색 테였으나 올해는 다소 부드러워운 인상을 주는 갈색 뿔테를 꼈다. '정상적이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표출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다"거나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고 위협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을 피력한 건 불량국가(rogue state)로 칭하는 미국을 향한 무언의 제스쳐로 해석된다. 소위 '대화할 만한 상대'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北, '통남통미'로 전환
이날 신년사의 두번째 특징은 이같은 자신감을 기반으로 북한이 기본적으로 남한을 따돌리고 미국과 대화한다는 소위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 대신 이날 통남통미(通南通美.남측을 통해 미국을 상대한다)를 구사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특히, 직접 육성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조속한 남북 대화 재개를 제안한 것도 궁극적으로 북·미 대화로 가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통남통미를 택한 건 당장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 어렵다는 계산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선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대화는 미국의 냉량한 반응을 달랠 수 있는 가용가능한 카드다.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리조트에서 휴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타전되자 "지켜보자(We'll see)"라고 두 번이나 언급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한을 소외시키고 미국과 대화하려는 과거의 통미봉남 정책에서 한국을 '통로'로 삼아 북·미 대화로 가려는 '통남통미' 전략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2018년에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트럼프 정부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겠다는 점을 내비치면서, 우리 쪽으로 적극적 평화공세를 해온 것"이라며 "통남통미를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할 것이나,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文대통령 '평창구상' 탄력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김 위원장의 대화제의와 관망세를 보이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로, 집권 2년차 모처럼만에 '한반도 운전자론'을 펼칠 기회를 잡게 됐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남북이 책임있게 마주앉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의 해법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께부터 서해 군통신선(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직후 단절)연결을 시작으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2년2개월 만에 재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타전된 후 대략 6시간만에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다소 시간이 지체됐던 건 북한의 평창올림픽 출전 가능성까지는 높게 점쳐왔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신년사에서 밝힐 것이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그 만큼 '전격적'이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워싱턴과의 사전 조율에도 역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앞으로 과제는 불과 '2~3개월짜리' 시계만 갖고 있는 평창구상이 '계속 진행형'인 북한의 핵위협까지 제어할 수 있느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탄두와 탄도로켓의 대량생산과 실전배치를 지시함에 따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고도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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