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최저임금 인상 비용 줄이기 꼼수 논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2 16:46

수정 2018.01.02 22:39

일부 대학.아파트.빌딩 경비.청소원 정년퇴직 하자 단시간 근로자로 메꾸거나 기존 직원에 업무 떠넘겨
휴게시간 크게 늘리기도
홍익대학교 경비.청소원들이 2일 학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실직 위기에 놓인 청소원 4명의 재계약을 원청업체인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경비.청소원들이 2일 학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실직 위기에 놓인 청소원 4명의 재계약을 원청업체인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16.4% 올라 7530원이 됐으나 경비.청소원들의 마음은 더 불편하다.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학교와 아파트, 빌딩 등에서 인건비를 절감해야 한다며 인원을 사실상 줄이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꼼수가 난무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서울 주요 대학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정년퇴직 공백 충원 안해… 사실상 해고 통보도

2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홍익대 등에서는 정년퇴직하는 경비.청소원들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않거나 아예 이들을 고용하는 용역업체를 바꾸는 식으로 인원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들은 수년째 계속되는 대학 등록금 동결로 인건비 상승 부담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는 경비.청소원 20여명이 정년퇴직하면서 생기는 공백을 전일제 근무자가 아닌 2~3시간 단시간 근로자로 대체하거나 기존 경비원들에게 순환근무를 시킨다는 방침이다. 고려대 역시 청소원 10명 정년퇴임과 관련, 전일제 근무자가 아닌 단시간 근로자로 공백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일부 근무자는 건물 1개가 아니라 2개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화여대도 당초 정년퇴직하는 경비원 9명의 자리를 다 메우지 않겠다고 했다가 가까스로 노조와 합의했다.

홍익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일부 건물 청소 업무에 대해 입찰하지 않는 형태로 청소원 4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한 상태다.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여서 노조 측은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2일 학교 본관과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청업체인 학교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 "정부 정책 취지와 안 맞아"

최저임금 인상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은 아파트와 빌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는 당초 경비원 일부를 해고하려다 주민들끼리 갈등 끝에 경비원들 휴게시간을 1시간 늘리는 형태로 마무리했다. 경비원들 근무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면 이들 월급이 190만원을 넘어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한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는 월 보수총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고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사업주에게 일자리 안정자금 명목으로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한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임금을 덜 주기 위해 정년퇴직하는 경비.청소원들 공백을 충원하지 않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꼼수는 심각한 문제"라며 "기존 직원들 업무량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자리 안정자금 역시 임금이 아닌 보수총액 190만원으로, 지원대상을 과도하게 축소했다"며 "근무시간 고려 없이 190만원을 상한으로 정한 것도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경비.청소원은 매년 계약이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가 문제가 됐다"며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큰 만큼 이들의 휴게시간을 과도하게 늘리거나 인원 감축이 예상되면서 간담회를 여는 등 고용안정을 위한 지도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년퇴직자 공백을 메우지 않는 식으로 일자리를 줄이거나 단시간 근로자로 대체하는 것은 정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당장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노동자 반발이나 사회적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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