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경위를 놓고 대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전인성 KT그룹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은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 2015년 10월24일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로부터 미르재단에 출연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당시 박 전무가 '출연금 기준은 매출액 기준으로 위에서 정해서 내려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는데 청와대나 대통령, 안 전 수석 등의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청와대 경제수석실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전 이사장은 "당시 갑작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고 KT 내부 의사결정과정을 설명하면서 빠른 의사결정이 어렵다고 했는데 박 전무가 'BH(청와대)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떤 근거로 CEO(황창규 회장)에게 보고를 해야하느냐'고 묻자 빠른 시일 내에 경제수석과 CEO 간 미팅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틀 뒤 KT는 임원간담회를 열어 미르재단 출연을 논의했다. 이후 전 이사장은 황 회장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했고 '그러면 출연해야지'라는 답을 듣고 전경련에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전 이사장은 "임원간담회 전날 황 회장이 안 전 수석과 만났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원간담회 내용을) 보고하면서 황 회장이 미팅에 따른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떻게 해야되지?'라며 고민스러운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무엇이 어렵다는 것인가"라는 검찰 질문에는 "이걸(재단 출연) 들어줘야하는 것들"이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렇게 상세하게 진술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고 전 이사장은 "여러가지 조심스러운 점을 생각하면서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CEO도 관련돼 있고…"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재판 증인으로 나선 여은주 GS그룹 부사장도 갑작스럽게 재단 출연을 요구받고 예고 없이 출연금액도 증액됐으나 청와대의 지시사항이어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못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전경련이 기업들에 돈을 쉽게 내게 하려고 '청와대'를 언급하면서 요청했을 가능성은 없었느냐"고 묻자 여 부사장은 "전경련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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