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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지석 현대로템 무인체계팀 책임연구원 "웨어러블 로봇 착용하면 누구나 덩크슛 가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4 17:16

수정 2018.01.04 22:02

의료용.산업용서 생활용으로 군사용.이동수단 확대 기대
[인터뷰] 이지석 현대로템 무인체계팀 책임연구원 "웨어러블 로봇 착용하면 누구나 덩크슛 가능"

"웨어러블 로봇이 탑재된 나이키 옷을 입으면 누구나 덩크슛을 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겁니다."

현대로템에서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이지석 무인체계팀 책임연구원(45.사진)이 꿈꾸는 미래 웨어러블 로봇의 모습이다. 그는 패션과 웨어러블 로봇을 접목해 레저용 상품으로 시판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고 있다.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은 말 그대로 '착용형' 로봇이다. 조끼나 복대처럼 신체에 착용해 어떤 동작을 하는 데 사람이 써야 하는 힘을 30%까지 줄여준다. 현재 웨어러블 로봇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의료용과 산업용에 집중돼 있다. 국내에서는 대학 중심의 기술개발은 이뤄지고 있지만, 대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하게 웨어러블 로봇 시판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난 2016년 현대로템은 현대차와 공동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H-WEX'와 의료용 'H-MEX', 생활지원용 'H-LEX'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웨어러블 로봇은 의료용과 산업용에서 실버케어를 위한 생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군사용이나 새로운 이동수단(모빌리티) 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연내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첫 사례가 된다. 하지만 가격 등 요소를 고려했을 때 업계는 산업용 웨어러블 시장의 향후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상업용의 경우 상체나 하체에 로봇을 착용해 생산라인 작업자의 팔이나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때문에 이미 미국, 일본 등 기업들은 생산라인에 웨어러블 로봇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웨어러블 로봇의 생산라인 도입이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 부상 감소 등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사람이 오전과 오후에 작업을 지속했을 경우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근로자의 작업지속률은 95%에 달했지만, 비착용 근로자의 지속률은 69%로 떨어졌다"며 "근로자의 팔과 허리 부상도 줄어들어 지출되는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시작한 현대로템은 관련기술을 이미 보유한 상황이다. 상용화를 계획 중인 상황에서 이 책임연구원의 고민은 사용의 '편리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웨어러블 로봇의 개발 이유가 사람이 편하기 위한 것인 만큼, 착용한 채로 걷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 책임연구원은 "500만원 이하로 가격을 낮춰야 생산성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 산업현장에서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 모터, 센서 등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실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로템의 웨어러블 로봇 개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사회적 책임과도 연결된다. 자동차산업 발전으로 회사는 성장했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 역시 늘어난 점에 대한 책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책임연구원이 웨어러블 로봇 개발자로서 가장 큰 책임을 느낀 것도 하반신 불구 환자가 직접 그를 찾은 일이다. 7년 전 사고를 당한 대구의 한 환자가 언론 보도를 보고 이 책임연구원을 직접 찾아 개발을 부탁한 것이다.
그는 "웨어러블 로봇이 단지 회사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사업이 아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의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대한 최종 목표는 패션사업과의 접목이다.
그는 "기능적인 부분뿐 아니라 신체에 착용해 운동을 시켜주거나 운동기능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의류 개발이 가능할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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