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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명암’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5 17:32

수정 2018.01.05 17:41

[여의도에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명암’

코스닥 지수가 800을 돌파하며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800을 넘은 것은 지난 2007년 11월 이후 10년2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 강세는 '1월 효과' 탓도 있지만 문재인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수가 상승하자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코스닥 업계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활성화 대책에 앞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으로 바로 섀도보팅 제도 폐지 때문이다.

섀도보팅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장사가 한국예탁결제원에 요청할 경우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 의결권을 참석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행사토록 한 제도다. 지난해 일몰 도래로 인해 폐지됐다. 섀도보팅 제도 폐지로 올 주주총회는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주총이 성사되지 못하면 상장사들은 자칫 상장폐지로 연결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올해 주총을 무리 없이 진행하려면 상장사들은 전체 발행주식의 '4분의 1' 주주를 참석시켜야 한다. 물론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이거나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경우에는 주총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코스닥 상장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과 이상이 괴리된 조치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들 대부분의 주식 보유기간이 2~3개월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주주명부에 명단이 있어 주주를 찾아갔지만 이미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경우도 봤다"며 "주총에 일정 수준의 주주를 불러 모아야 한다는 규정은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말로 주주가 확정되는데 주주총회는 이듬해 3월에 열린다. 만약 1월이나 2월 주가가 급등해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주이지만 실제로 주식이 없는 주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새해부터 코스닥 업계 종사자들은 주주를 주총에 참석시키기 위해 유인책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송년회 자리에서 만난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도 비슷하다. 섀도보팅 제도 폐지로 인해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 직원이 일손을 놓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녀야 할 판이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정보기술(IT) 발달로 문자메시지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주총 참여를 독려하고 싶지만 전화번호를 몰라 이마저도 할 수 없다"며 "1970년대 식으로 주소지를 들고 주주 한 명 한 명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 금융의 현실"이라며 개탄스러워했다.

현재 주주명부에는 주주 이름과 주소지밖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현재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독려할 유일한 방법은 가가호호 방문 외에는 방법이 없다.


뒤늦게 정부는 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이 되지 못하더라도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모 상장사 대표의 말처럼 새로운 기업을 상장시키는 활성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현재 상장된 기업들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대책도 필요하다.

kjw@fnnews.com 강재웅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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