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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순백의 한라산 “가슴의 그을음이 걷히다”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7 07:08

수정 2019.12.06 12:39

한라산 눈꽃
한라산 눈꽃

■ 어리목 코스 눈꽃 트래킹…세상의 시름을 지우다

[제주=좌승훈기자] 겨울, 1월의 한라산은 설국이다. 온통 하얀 색조로 둘러싸여 있다. 고독과 청아(淸雅)함, 그 자체다. 눈부시고 아름답다. 답답한 도심의 일상에 묶였던 마음에 청량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겨울 트래킹은 어차피 이한치한(以寒治寒)이다.
매서운 동장군의 호령이 코끝에 걸려 있다.

순백의 산행 길, 어리목 코스는 한라산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해발 970m)에서 출발해 사제비동산(2.4km 지점)과 만세동산(4.7km 지점)을 지나 윗세오름 대피소(6.8km)로 연결되는 코스로 대략 3시간 가량 걸린다.

뽀드득, 뽀드득, 모처럼 나선 산행 탓이지, 어느덧 넓적다리가 뻐근해오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아이구야~ 내 다리야”

겨울, 한라산 등반의 정취는 자연의 주는 적막함에 있다. 무엇보다 찾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겨울, 순백의 한라산 “가슴의 그을음이 걷히다”

겨울, 순백의 한라산 “가슴의 그을음이 걷히다”


■ 고통 끝에 맛보는 황홀함, 순백이 하늘하늘 춤춘다

침묵과 인내의 시간. 1시간 정도 걸었을까? 사제비동산과 만세동산, 윗세오름으로 이어지는 길. 순백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눈꽃나무 세상이다. 온통 하얀 색, 단 하나지만 마냥 하얗고 흰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주변 풍광에 따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분위기가 다 다르다. 물론 주관적이고 취향의 차다.

가슴의 그을음이 한순간에 걷히는 듯 눈부시게 시리고 평화롭다. 겨울, 한라산은 얼치기 산꾼에게 차분한 안정감과 성숙함을 안겨줬다. 고통 끝에 맛보는 황홀함, 비명을 지르고픈 경이로움이 있다.

윗새오름은 한라산 눈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특히 구상나무 군락은 어리목 코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짜릿한 풍경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 트리’라고도 한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미의 황홀경에 빠져든다.

겨울, 순백의 한라산 “가슴의 그을음이 걷히다”


한라산 트래킹은 어느덧 겨울의 여정을 일으키는 제주의 표정이 됐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처장은 “얼음과 눈 속에 숨어버린 한라산의 비경을 보려면 성판악 코스나 영실 코스가 제격”이라며 “하지만 한라산과 ‘밀당’하며 겨울을 즐길 수 있는 눈꽃 트래킹 코스로서는 등반이 비교적 수월한 어리목 코스를 추천하다”고 말했다.

산정 화구호 위를 걷다. 사라오름.
산정 화구호 위를 걷다. 사라오름.

■ 들추어보면 또 다른 신비의 속살, 사라오름 화구호

한라산 사라오름과 1100고지 말 방목지도 매력적이다. 한라산 성판악 등반코스 남측에 위치한 사라오름은 오름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는 산정 화구호다. 표고 1325m. 화구호 둘레는 약 250m 가량 된다. 제주도내 기생화산 중 백록담에 이어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성판악 등산로 입구로부터 5.8km 지점에서 사라오름 방향으로 600m만 가면 된다.

1100고지는 차를 타고 갈 수가 있어 접근성이 좋다. 특히 1100고지 습지에 마련된 자연생태 탐방로를 따라 눈꽃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겨울왕국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수선한 머릿속도 말끔히 비워내는 듯하다. 덩달아 삶을 대하는 자세도 진지해진다.

계절의 끝과 시작은 명확하지 않다. 기상이변 탓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한라산은 겨울의 절정에 서 있다.

겨울, 순백의 한라산 “가슴의 그을음이 걷히다”


■ 한라산국립공원, '산악 박물관 신나는 겨울 체험' 운영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소장 오경찬)은 겨울방학을 맞아 산악체험 기획프로그램 중 하나인 '산악박물관 신나는 겨울 체험'을 운영한다.

'설피‘ 만들기를 통해 선조들의 겨울나기 지혜를 배운다'는 주제로 마련되는 이번 기획프로그램은 산악박물관과 관음사 야영장 일대에서 이뤄진다.

전문 산악강사와 함께 하는 산악박물관 겨울체험 활동으로, 눈신발인 ‘설피’ 만들기와 스포츠 클라이밍, 등반 장비 체험, 그리고 눈이 많이 내렸을 경우에는 설동(雪洞) 만들기가 마련된다.

산악 박물관 겨울체험학교 기획프로그램은 초등학교 3~6학년, 중학교 1~2학년이면 누구나 지원가능 하며(선착순 20명), 1월 셋째 주와 넷째 주 화·목·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다.

보다 자세한 내용과 신청서는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열린마당(공지사항)에서 볼 수 있고 신청은 팩스로 보내면 된다.

한라산 1100고지
한라산 1100고지

겨울, 순백의 한라산 “가슴의 그을음이 걷히다”

■ 1월 22일까지 제주윈터페스티벌…어리목 ‘스노월드’ 진행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오는 1월 22일까지 제주윈터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겨울의 제주도는 한라산 눈꽃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한라산 어리목 광장에서 진행되는 제주윈터페스티벌 스노월드는 눈꽃 나무와 대형 눈사람, 눈꽃 포토존과 컬링, 아이스하키 등 즐길거리가 준비돼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과 오후 2회에 걸쳐 어승생악 탐방로를 걷는 프로그램(트레킹)도 마련돼 있다.

제주시 원도심인 칠성로 상점가 일대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캐릭터 포토존이 설치돼 있으며, 매주 토요일 버스킹 거리공연이 이어진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문관광단지에는 LED 눈꽃조명 포토존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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