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무자본 기업사냥' 후 수백억 부실채권 떠넘기고 되판 일당 기소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7 10:31

수정 2018.01.07 10:31

금융권 대출, 해외 사채 등을 끌어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기업사냥꾼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정대정 부장검사)는 주정설비업체 인수·운영 과정에서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카지노업체 전 대표 서모씨(49)와 최고재무책임자 이모씨(46), 무자본 인수합병(M&A) 전문가 윤모씨(56)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제주도의 카지노업체 A사 대표였던 서씨는 A사의 모회사가 부실채권으로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자 카지노의 실경영자이자 회계사인 이씨와 함께 M&A로 위기를 넘기기로 했다. 자기자본 없이 다른 회사를 인수, 이 회사에 240억원의 부실채권을 떠넘기는 계획이었다.

결국 이들은 2013년 12월 A사 명의로 금융권으로부터 240억원을 대출받아 코스닥에 상장된 주정설비업체인 B사를 인수한 데 이어 B사의 자금 240억\원을 A사에 빌려주는 식으로 대출을 상환했다. 서씨 등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B사의 경영권을 차지했으며 B사는 240억원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이로 인해 B사의 재무상태가 나빠지자 이들은 이듬해 4월 무자본 M&A 전문가인 윤씨에게 회사를 매각, 경영에서 손을 뗐으나 \윤씨 역시 경영 정상화는 뒷전이었다.

싱가포르 C사로부터 사채자금 240억원을 빌려 B사를 인수한 윤씨는 B사가 C사의 곡물 거래를 중개하는 것처럼 꾸민 뒤 곡물 대금 240억원을 C사에 지급하는 식으로 대출금을 갚았고 부실 경영이 거듭되면서 B사는 2016년 9월 결국 상장 폐지됐다.

검찰은 A사 전 대표 서씨가 2015년 2월∼2016년 10월 카지노 운영과정에서 회삿돈 180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회계장부를 조작한 A사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해외로 달아난 나머지 1명은 기소 중지했다.

수사 과정에서 주가조작도 드러났다. 구속기소된 이씨는 2016년 10∼12월 투자조합 자금으로 소형 프린터 제조 업체 D사를 인수한 뒤 D사가 카지노업체 A사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우고 3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하게 진화하는 무자본 M&A 세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들의 범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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