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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화재 '생명줄' 완강기 설치 부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7 17:13

수정 2018.01.07 21:24

제천 화재참사 건물처럼 제대로 설치 안된 곳 많아
시민 대상 교육기회 적어 사용법 아는 사람 32% 불과
건물 화재 '생명줄' 완강기 설치 부실

최근 잇단 화재사고로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가운데 탈출에 필수적인 완강기 설치 및 사용 교육 등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충북 제천 화재참사 건물의 경우 완강기 6대가 있어야 했지만 불과 2대만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완강기는 화재 등 응급상황 시 고층건물 탈출용으로 쓰는 지지대와 줄이다. 속도조절기, 속도조절기 연결부, 로프, 연결금속구, 벨트로 구성된다. 사용자가 도르래에 의지해 줄을 따라 내려오는 방식이다.

■소화기.소화전 위주 안전교육

7일 관련기관 등에 따르면 완강기 사용법을 모르면 추락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아파트 8층에서 완강기 로프를 지지대에 고정하지 않고 탈출하려던 60대가 떨어져 숨졌다. 2011년에는 모텔 8층에서 몸에 벨트를 채우지 않은채 완강기 로프를 손으로 잡고 내려오던 남녀가 동반 추락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완강기 특성상 추락과 고소공포를 막기 위해서는 실제 체험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제 재난은 어둡고 유독가스가 있는 악조건이어서 완강기 이론만 알아서는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강기를 비롯한 피난기구에 대한 교육 기회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시행된 안전교육법은 안전교육 의무 대상자로 학교, 다중이용시설, 사회복지시설 등 관리자와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시민 전체가 의무화 대상은 아닌 것이다. 일반 성인은 직장, 민방위훈련 등을 통해 안전교육을 받지만 기회가 적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시민 모두에게 안전교육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안전체험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 시민들이 직접 교육을 신청하도록 유도하는 게 정책방향"이라고 전했다.

소방청은 소화기, 소화전, 심폐소생술 등 일명 '소소심'이 안전교육의 기본이라는 입장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빈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완강기는 피난로가 막혔을 때 사용하는 '최후 수단'이다. 따라서 이론 교육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국민재난안전포털 '화재국민행동요령 매뉴얼'에도 완강기 사용법은 빠져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완강기)를 체험하려면 따로 교육장소가 마련돼야 해 일반 다수에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서울시 안전정책에서 젠더 관점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따르면 재난대비 능력 중 완강기 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약 32%에 불과했다. 소화기(80.9%), 지진대비(58.2%)와 차이가 크다.

■완강기 설치 부실

완강기를 설치하지 않아 시민들에게 멀어진 이유도 있다. 제천 화재 건물 완강기는 고장 난 창문 탓에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완강기 지지대가 무게를 견디는 기준도 부실해 안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소방시설법은 일반 건축물에 대해 완강기를 지상 3층부터 10층까지 설치하도록 했다. 이보다 높은 층수는 경량칸막이, 대피공간을 통해 피난 후 소방대 화재진압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법을 따르지 않는 건물이 많다.

완강기 설치기준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완강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 따르면 완강기 지지대 최대하중은 1500N 이상으로 명시됐다. 1500N은 대략 150kg에 해당한다. 문제는 법개정이 2012년에 이뤄진 점이다.
2012년 이전 설치된 완강기는 최대하중이 100N, 약 100kg에 그쳐 100kg 이상 몸무게가 나가는 사람에게는 불안하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완강기는 신뢰성이 없고 사용도 어렵다"며 "선진국은 모든 건물에 두 방향 계단을 만든다.
건축법을 개정해 피난계단, 옥외계단 등 피난로를 확대하는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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