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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의녀 기념관 '김만덕 객주터' 나눔 명소 → 술 파는 주막 변질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7 19:55

수정 2018.01.07 21:22

취객 등으로 설립 취지 무색
제주도는 전 재산을 털어 제주도민을 굶주림에서 구했던 조선후기 거상 제주의 의녀 김만덕을 기리기 위해 2008년부터 사유지 매입에 착수 7년 동안 35억원을 들여 김만덕 개주터를 복원했다.
제주도는 전 재산을 털어 제주도민을 굶주림에서 구했던 조선후기 거상 제주의 의녀 김만덕을 기리기 위해 2008년부터 사유지 매입에 착수 7년 동안 35억원을 들여 김만덕 개주터를 복원했다.

【 제주=좌승훈기자】 조선후기 거상(巨商) 제주의 의녀(義女) 김만덕(1739~1812년)을 추모하기 위해 복원한 '김만덕 객주터'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술 파는 주막으로 변질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2015년 4월 35억원을 들여 김만덕의 활동 근거지였던 제주항 인근의 객주터를 복원했다. 2008년부터 사유지 매입을 시작으로 사업에 착수한지 7년 만에 완공했다.

객주는 객지 상인으로부터 위탁받은 물건을 다른 상인에게 팔거나 매매를 주선하는 사람을 말한다.
부수적으로 위탁자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여숙업무, 금융업무, 창고업무, 수송업무 등도 했다.

복원된 김만덕 객주터는 2146㎡ 부지에 만덕 고가(古家) 3동.창고 1동.객관(여관) 2동.주막 1동 등 당시의 건물과 거리 등을 재현해 놓았다.

행정은 그러나 이벤트는 강하고 콘텐츠는 빈약했다. 제주도는 당초 인근에 있는 '김만덕 기념관'과 함께 객주터가 복원되면, 나눔 실천 문화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토속음식점과 토산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객주거리 조성 계획과 함께 조선시대 객주업을 주제로 축제를 발굴해 문화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탓하며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개관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흉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객주터 복원은 행정의 성과로서 '가시적'일 뿐, 운영은 '비가시적'이었다.

궁여지책 끝에, 복원된 객주를 관광자원화 한다며 지난 2016년 4월 건입동마을협동조합을 통해 객주 내 초가 두 채(주막.객주 밖거리)와 마당에 놓인 평상을 주막으로 운영토록 했다.

이곳에선 제주 전통 음식인 빙떡과 몸국을 비롯해 해물파전, 돼지머리고기, 순대 등을 판다. 술은 소주.맥주보다 막걸리가 더 인기다. 가격도 저렴해 주당들에게는 '낮술'하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장사를 하다 보니, 물품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객주터 내 가설물이 만들어지고 복원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일부 취객들은 술에 취한 나머지 서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말 초등학생 자녀들과 이곳을 찾았다는 박모씨(47.광주)은 "김만덕 기념관을 관람하고 객주터를 찾았으나, 낮인데도 입구에서 취객들이 술 냄새를 확 풍기며 떠드는 바람에 민망한 나머지 사진 두어 컷만 찍고 나왔다"며 "의녀 김만덕을 기리는 곳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람객 이모씨(51.제주시 한림읍)도 "오후 3시쯤인데, 방 두 곳에선 술을 마시고 있더라"며 "조선시대 전 재산을 털어 제주도민을 굶주림에서 구했던 만덕 할망을 기리기 위해 35억원이나 들여 만든 콘텐츠가 고작 이 정도냐?"고 비판했다.

더욱이 김만덕 객주터는 혈세가 투입된 공영 관광지이자, '나눔 실천'의 산 교육장으로서 청소년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따라서 기존 주막을 객주터 밖 별도의 공간으로 옮겨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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