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단속 비웃듯 청약통장 불법거래 활개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8 19:55

수정 2018.01.08 19:55

매매자.알선자 모두 '실형'.. 중범죄지만 안걸리면 그만
피해자 현혹 브로커 기승.. 교묘해진 수법에 속수무책.. 국토부 감독 소홀 지적나와
청약통장 불법거래 홍보 전단지.
청약통장 불법거래 홍보 전단지.

"청약가점이 높은 청약통장은 1억원까지도 거래 가능합니다."(청약통장 브로커 A씨)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청약조건을 강화한 가운데 '청약통장 불법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 내 전용면적 85㎡이하 아파트 청약 가점제 비중이 상향조정되면서 높은 가점을 보유한 통장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5㎡이하 아파트는 75%→100%로, 청약조정대상지역은 40%→75%로 청약 가점제 비중을 확대했다.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 내에 있는 전용85㎡초과 아파트의 청약 가점제 비중도 각각 50%, 30%로 상향조정됐다.

브로커들은 매입한 통장으로 직접 청약한 뒤 당첨되면 분양권에 웃돈을 붙여 전매차익을 남기거나 통장을 되팔아 수수료를 챙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년째 암암리에 이뤄진 불법거래가 최근 활기를 띨 조짐까지 보여 이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감독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 1억원까지 가능"…청약통장 불법거래 '꿈틀'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약통장을 구매하겠다"는 홍보 전단지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청약통장 브로커들은 최저 500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청약통장 거래가 가능하다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한다.

청약통장 가격은 △통장 가입자 나이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청약 가점은 부양가족수(최대 35점)가 많거나 무주택기간(최대 32점).청약통장 가입기간(최대 17점)이 길수록 높아진다. 만점은 총 84점이다. 최근 서울에서 신규 분양하는 중소형아파트 청약 당첨가점 커트라인이 60점 후반~70점 초반으로 형성되면서 청약 가점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한 청약통장 브로커에게 '만 35세.부양가족수 5명.청약통장 가입기간 10년'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청약통장을 얼마에 거래가능한지 묻자 "500만~700만원에 팔수 있다"면서 "최고 800만원까지 거래 가능하다"고 답했다.

제시한 조건에 따라 그 자리에서 즉시 청약 가점을 계산해 통장 가격을 제시하는 브로커도 있었다.

브로커 A씨는 "매달 10만원씩 꾸준히 오래 넣은 통장일수록 인기가 좋다"면서 "현재 나이가 45세 이상이고 10만원씩 꾸준히 넣은 통장이라면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1억원까지도 팔릴수 있다"고 귀띔했다.

■3000만원 이하 벌금에 개인정보 노출 위험까지

언뜻 보기에는 법망을 피한 단순 통장거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주택법에 따르면 청약통장 불법전매를 알선하거나 매매한 당사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청약통장 전매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설사 청약에 당첨됐어도 계약은 무효다. 알선자나 매매자 모두 10년 이내 입주자 자격도 제한된다.

여기에 청약통장 불법거래는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 청약통장 거래시 브로커에게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서 등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수법 대비 역부족" 국토부 관리.감독 미비

청약통장 불법거래가 일상생활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지만 관리부처인 국토부는 새로운 거래수법이 나오데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모든 거래 현장을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브로커들은 이 점을 악용해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한 브로커는 "불법거래가 맞다"면서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만 알고 조용히 진행하면 절대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등을 가장한 청약통장 브로커들이 실제 소유주의 명의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거래를 하다보니 단속이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불법거래 수법도 계속 나오다보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노하우를 갖고 상시적으로 현장에 직접 나가 단속을 하고, 적발한 사항은 경찰에 고발해 수사 요청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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