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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퀀트 헤지펀드 자산 1000兆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9 17:09

수정 2018.01.09 20:48

알고리즘 통한 매매 투자펀드 지난해 9400억弗 넘어서
전통펀드도 앞다퉈 퀀트전략.. "시장 더 취약 가능성" 경고도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는 컴퓨터화된 전략에 의존하는 퀀트 헤지펀드들의 운용 자산규모가 1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HFR에 따르면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주식이나 채권, 상품 등을 매매하는 퀀트전략을 따른 헤지펀드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지난해 10월 94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0년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4.4분기 퀀트 헤지펀드에 돈을 맡기는 투자자들이 계속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1조달러 돌파는 확실시 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동원한 투자전략이 강력한 성과를 내면서 전통적인 헤지펀드들도 데이터 과학자들,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해 스스로 퀀트 헤지펀드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대표적인 퀀트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투시그마의 성장사례는 업계가 전통적인 헤지펀드 전략에서 알고리즘으로 전환하는 추세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알고리즘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투시그마의 운용자산은 2011년 60억달러에서 지난해 500억달러 이상으로 규모가 폭증했다.

퀀트펀드 업계 대표주자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스, DE 쇼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프랑스 퀀트 헤지펀드 CFM의 필리페 조르단 사장은 "지난 10년간 퀀트를 통한 투자의 성과는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됐다"면서 인공지능에 회의적이고, 무관심했던 투자자들이 퀀트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CFM 운용자산은 지난해 배 가까이 급증한 110억달러에 육박했다. 직원 수도 지난해 초 160명 수준에서 지금은 200명으로 확대됐고, 앞으로 5년 안에 이를 배로 늘릴 계획이다.

알고리즘 붐 속에 전통적인 펀드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퀀트전략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정확한 퀀트 헤지펀드 규모 산정은 추산하는 업체별로 제각각이다.

모간스탠리 추산으로는 지난 6년간 퀀트 펀드 규모가 매년 15% 성장해 현재 운용자산이 1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4380억달러만 퀀트 헤지펀드 자산이고, 나머지 7120억달러는 퀀트 뮤추얼펀드 운용자산으로 모간스탠리는 분류하고 있다. 바클레이스 추산에서는 퀀트 헤지펀드 운용자산이 5000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온다. 규모 추산에서는 제각각이지만 헤지펀드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는 점에는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퀀트 헤지펀드의 부상은 그러나 시장에 그늘을 드리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펀드 매니저들은 퀀트가 득세하면서 시장이 더 복잡해지고,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13D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퀀트를 활용한 복잡한 전략이 점점 더 상장지수펀드(ETF)에 차용되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 상품이 팔리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보고서는 "알고리즘이 인간행동의 주관성, 예측불가능성이라는 복잡한 시스템과 공존하면 일찌기 없었던 불안정한 시장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D 리서치는 "사람들은 부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될때까지 계속 위험을 키우곤 한다"면서 "자산운용 시장의 알고리즘 혁명 역시 같은 결과를 낼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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