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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회견]文대통령 '단계적, 신중한 대북접근법' 제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0 16:07

수정 2018.01.10 16:07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신년사 및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기조를 유지하면서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최근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정책 미중 공조 단계적 접근
대북정책은 전체적으로 '과감한 행보'보다는 미국·중국 등 주변국들과 공조를 취해가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가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 중 주목되는 부분은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 아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 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우선, 만나서 대화부터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참여정부 출신의 대화파와 미국의 대북압박기조에 100% 동조해야 한다고 보는 북미라인 사이에서 청와대가 균형을 잡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청와대 내부에선 북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2년 2개월만에 모처럼 남북대화 재개로 한반도 운전석에 앉게 됐지만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으며 북한의 의도를 철저히 분석해가며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북한이 구사하고 있는 대남접근법이 '통미봉남'이든 '통남통미'이든 또다시 도발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제재와 압박 기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대북 메시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와 달리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5.24 조치 해제문제에 대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므로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 보조를 함께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다소 변화된 모습이다. 북한에 대해 섣불리 당근을 쥐어줄 생각도 없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가며 남북경협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대미 메시지이기도 하다. 최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대화에 대한 워싱턴 일각의 일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성사되는 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미는 대북정책,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대응에서 이견 없이, 빈틈없이 협력해 왔다"고 역설했다. 이는 미국 조야의 보수 성향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통남봉미'주장과 함께 한미 간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한국의 보수진영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평창 평화올림픽 개최 자신감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함께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 사실상 전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집중된 남북간 대화가 향후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언급했다. 첫 발을 뗀 '평창구상'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전날 남북고위급 대화가 일회성 대화에 머물지 않도록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러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면서 "가능하면 고위급 대표단이 파견돼 어제와 같은 대화의 장이 올림픽 기간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평창에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된다면 이를 공고한 제도로 정착시켜 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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